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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이 박스권을 깨고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 폭은 이달 들어서만 5%를 넘는다. 주요 구리 광산의 폐쇄로 광석 공급이 줄었고, 에너지 전환 등에 따라 구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1파운드당 4.06달러에 장을 마쳤다. 14일 밤 9시 현재에는 4.04달러 선에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 약 1년간 3.5~4.0달러 사이에서 오르내렸는데 이번에 박스권을 깬 것이다. 지난달 9일 단기 저점 이후로는 10.28%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구리 관련 파생상품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신한 구리 선물 ETN(H)'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9.01% 올랐고,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같은 기간 16.04% 급등했다. 이들 종목은 15일 현재에도 각각 전일 대비 0.33%, 2.07% 오른 가격에 거래 중이다.
구리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광석 공급 부족이 야기한 중국 제련소의 감산이다. 최근 호주의 구리 광산이 채굴 작업의 안전성 문제로 폐쇄됐고, 파나마의 구리 광산에서는 반정부 시위 문제로 채굴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제련수수료(TC) 마진이 줄자 중국 제련소들이 이달 공동 감산에 합의해 구리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
증권가에서는 구리 가격 상승이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에너지 전환 등과 관련해 구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는 전력 인프라의 핵심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야기한 가격 모멘텀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조사업체 라이스테드에 따르면 신재생 발전 설비 증가로 2030년까지 1800만㎞에 달하는 전력망을 신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 3000만t의 구리가 필요할 전망"이라며 "내연기관차 1대에 쓰이는 구리의 양은 약 23㎏인데 순수전기차(BEV)에는 약 83㎏이 필요하다는 점도 구리 수요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기가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회복'으로 가면서 구리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호재다. 구리는 경기에 따른 수요 부침이 큰 대표적인 산업재다. 세계 최대의 산업용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건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중국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했고, 최근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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