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기업에 1000만~2000만유로(약 289억원) 규모의 펀드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 만난 다니엘 파레라 쿠르마파트너스 성장 펀드 파트너는 “한국은 향후 5~1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바이오 시장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니엘 파트너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라이프 사이언스 VC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쿠르마파트너스는 유럽 최대 투자그룹인 유라지오 소속의 벤처캐피탈(VC)이다. 2009년 설립했으며 프랑스 파리와 독일 뮌헨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주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
다니엘 파트너는 “한국의 생명과학(Life Science) 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변곡점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학술 기관과 대학이 정부와 공공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신약 개발 및 제조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낸 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바이오산업이 직면한 문제점 중 하나는 투자자와 바이오 기업 간의 기대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투자자는 일정 및 종료 기회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가 있고, 이로 인해 바이오 기업들은 비현실적인 계획을 가지고 개발하게 된다”며 “이러한 악순환이 국내 투자계에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바이오 시장 전망에 대해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니엘 파트너는 “유럽과 미국도 일반적으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들은 더 오랜 경험과 학습을 거쳐왔다”며 “한국 역시 유럽과 미국의 경험에서 배우고 이를 적용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 많은 투자자, 특히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대규모 연금 기금을 확보함으로써 긍정적인 추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터 뉴벡 쿠르마 액셀러레이터 펀드 파트너는 “바이오텍의 글로벌 성공 및 인수합병(M&A)을 위해 초기 단계의 VC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쿠르마는 알고바이오스튜디오(ArgoBio Studio)를 통해 극초기 스타트업들을 보육하고, 4억유로 규모의 쿠르마 바이오펀드, 쿠르마 디아그노스틱스 펀드를 통해 벤처기업 창업단계나 초기 투자 라운드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터 파트너는 “알고바이오-쿠르마 바이오펀드·쿠르마 디아그노스틱스 펀드-쿠르마 그로쓰 오퍼튜니티 펀드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해 바이오 스타트업을 생애 주기별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쿠르마는 엑시트 전략으로 M&A와 기업공개(IPO)를 활용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M&A를 성사시킨 기업 수는 16개, IPO를 성사시킨 기업은 29개다.
피터 파트너는 “최첨단 혁신 기술과 임상적 증거 또는 환자의 치료법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또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는지 등이 우리의 주요 투자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파트너는 “현재 신규 ‘쿠르마 바이오펀드4’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학술 기관에서 직접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초기 단계 의약품 개발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 활동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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