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21)가 낙태권 옹호 운동 단체들과 연대해 콘서트장에서 피임도구·약 등을 배포하다 보수진영 반발에 배포 중단을 결정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은 지난달 하순 '거츠'(Guts) 월드 투어 공연을 시작한 로드리고가 콘서트와 함께 글로벌 캠페인 '펀드 포 굿'(Fund 4 Good) 활동을 펼쳐왔다고 전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재단 측은 로드리고 콘서트장 인근에 부스를 설치하고 무료 콘돔과 사후 피임약을 나눠줬고, 투어 전체 티켓 판매의 일부는 전국 낙태 기금에 기부될 예정이었다. 이들은 피임도구 배포와 기부에 대해 "구조적인 인종 차별, 여성 혐오, 의료 장벽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생식기와 관련한 마땅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드리고 측의 활동을 두고 보수 진영에서 반발했다. 로드리고는 지난 12일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도 관람객들에게 응급 피임약과 콘돔, 낙태 치료 관련 자료가 담긴 스티커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로드리고가 과거 디즈니 채널에 출연한 이력을 언급하며 "디즈니 채널은 어떻게 그렇게 아동을 희생양으로 삼는 여사제들을 많이 배출하는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컨트리 가수 레일린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어린 팬들이 많은 콘서트에서 그런 것을 나눠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로드리고 측은 콘서트장 내 피임도구 배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했다. 로드리고 측은 미성년자도 콘서트에 오는 것을 고려해 피임도구 배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논평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로드리고는 여성의 권리 신장과 낙태권 허용을 주장해왔다. 미국 내 여성의 낙태권 문제는 2022년 미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후 쟁점이 됐다. 로드리고는 판결 다음 날 오른 무대에서 "대법원 판사들에게 헌정하는 노래"라며 비속어를 제목으로 한 노래를 불렀다.
당시 로드리고는 "이 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과 두려움을 느낀다"며 "나는 이 노래를 결국 자유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 다섯 명의 대법원 판사들에게 바치고 싶다. 우리는 당신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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