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회사들이 급증하면서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건전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다.
17일 연합뉴스가 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시중은행 3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기업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2022년 말 0.26%에서 지난해 말 0.42%로 0.16%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은행 역시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4%에서 0.29%로 올랐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3%로 유지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18일, 농협은행은 29일 차례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데, 기업 대출 부실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은 가계대출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국민·하나·우리은행의 기업 대출은 총 587조9772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이 1조8593억원(0.32%)이었다. 가계대출 총액 432조1484억원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7399억원(0.17%)으로 집계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비율이 높았다.
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는 최근 은행권 기업 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 대출은 2022년 말 117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700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058조1000억원에서 1095조원으로 3.5% 늘어난 데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기업 대출이 832조6000억원에서 888조2000억원으로 6.7% 느는 동안 가계대출은 694조7000억원에서 694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하게 억제하니 주요 은행들이 그 대신 기업 대출을 늘려 이자 이익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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