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다"…서민 정책금융 상품 연체율 '껑충'

입력 2024-03-17 14:06   수정 2024-03-17 14:13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정부가 공급하는 서민 정책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서민 금융 공급 확대와 함께 금리 등 상품 설계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작년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다. 2022년(15.5%)에 비해 5.8%포인트 상승했다.

대위변제율은 차주가 대출을 갚지 못해 서금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14.0% 등으로 상승했지만 20%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4.8%→9.4%)’와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 (10.4%→12.1%)’ 등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상승했다.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 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도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년 3월 도입됐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에 달했다. 2022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월별 한도가 풀리는 매달 첫 영업일에 한 달 치 한도가 소진되면서 ‘오픈런 대출’로 불렸다.

서민 정책금융 상품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 정책기관의 보증 재원이 감소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 정책금융에서 밀려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계부채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햇살론15 등의 평균 대출금리가 연 17%대에 달하는 등 정책금융 상품이 고금리로 설정돼 연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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