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조금 배분은 최강국 미국 정부와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 간의 치열한 협상이고 거래다. 2년 전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을 만들 때 제시한 당근이 천문학적 재정 지원이었다.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10억달러 등 527억달러(약 70조원)를 내걸고 ‘팀아메리카’에 동참을 압박했다. 자국 기업 인텔이 과감하고 발 빠른 투자계획을 확정해 100억달러를 선점했다. 중국을 포위하는 ‘칩(chip)4 연대’가 적어도 미국 안에서는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보조금 문제를 화끈하게 풀어가는 요인의 하나로 오는 11월 대선이 꼽힌다. 재집권을 노리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육성과 투자유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적 투자 프로젝트에서 선거가 긍정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도체 육성을 외치면서도 대형 보조금은커녕 R&D에 따른 제한적 감세조차도 쉽게 용단을 못 내리는 한국과 비교된다. 개별 기업에 조 단위 이상의 초대형 보조금이 나가도 고용창출과 공장건설 사업, 나중의 세금까지 계산하면 투자유치는 국가가 남는 비즈니스다.
삼성전자가 보조금만 보고 미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긴장도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정부와의 거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보조금에 붙는 조건에 따라 회계장부 공개는 물론 기술 정보까지 내놔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 기반의 거대 고객사들에서 멀어질 수도 없고, 국가적 전략 프로젝트가 된 팀아메리카에서 빠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어차피 당분간 그럴 상황이라면 반도체 최대 수요처에서 투자 확대를 통해 TSMC를 꺾어보자는 전략일 수도 있다.
중국 배제의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국가 간, 국가와 기업 간, 기업 간의 다양한 협력과 경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들의 진흙판 싸움, 총선에 나선 선수들도 건곤일척의 이 전쟁을 한번쯤은 진지하게 살펴보면 좋겠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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