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그간 편협한 인식과 선민의식을 여과 없이 노출하며 큰 실망을 안겼다. 환자를 내팽개치는 무책임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협상 대표단조차 꾸리지 못하는 무능력도 보여줬다. 정부-의료계의 극한 갈등을 중재해줄 주역으로 기대받는 의대 교수들마저 실력행사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열린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20곳 중 16곳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것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다행스럽다.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어제 전공의와 전문의는 물론이고 교수들까지 질타하고 나섰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정상 진료를 선언했다. 뇌혈관 전문의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더 많은 의사가 동참한다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 의료계는 무모한 ‘국민과의 대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설령 정부를 굴복시킨다고 한들 직역 평판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싸움이다. 뇌혈관 의사들의 성명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보인다. ‘의사단체에 대한 범죄집단화를 중단하라’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교수 사직이라는 최악 사태를 막기 위한 협상의 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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