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테쉬 저가의류 공습에…토종 패션앱 초비상

입력 2024-03-17 18:40   수정 2024-03-18 00:55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e커머스 앱이 국내 의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면서 토종 패션 플랫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알테쉬처럼 중국산 의류를 취급하는 셀러(개인쇼핑몰) 비중이 높은 지그재그와 브랜디 등은 이용자 수가 급감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무신사와 W컨셉 등도 오프라인이나 해외시장 진출을 서두르며 대응에 나섰다.

지그재그, 1년 새 120만 명 줄어
1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패션 플랫폼 업계 3위인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51만여 명으로 1년 전인 작년 2월(373만 명) 대비 32.6% 줄었다. 지그재그의 MAU는 지난해 11월 342만 명에 달했으나 올해 1월 249만 명으로 떨어졌다. 작년 12월과 올 1월의 전년 동월 대비 MAU 감소율은 각각 20.6%, 31.6%에 달했다. 브랜디도 2월 MAU가 52만여 명으로 1년 만에 43% 줄었다.

무신사와 업계 1, 2위를 다투던 에이블리의 MAU는 감소세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증가세가 눈에 띄게 완만해졌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MAU 증가율은 3~5% 수준이다.

패션업계는 이들 플랫폼의 부진이 알테쉬의 급부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알리의 2월 MAU는 81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 넘게 늘었다. 쉬인은 올 들어 MAU 증가율이 1월 315%, 2월 280%에 달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테무도 불과 8개월 만에 MAU가 580만 명을 넘어섰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브랜디는 중국에서 의류를 떼어다 판매하는 입점 셀러(동대문 쇼핑몰)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2030 여성이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는 ‘가성비’ 제품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알테쉬가 중국산 의류를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패션 플랫폼에 주로 입점하는 셀러의 폐업도 최근 급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판매업체 폐업 건수는 7만8580건으로 2022년 대비 37% 늘었다.
브랜드·오프라인서 ‘돌파구’
물론 모든 토종 패션 플랫폼이 부진의 늪에 빠진 건 아니다. 업계 1위인 무신사는 2월 MAU가 505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3% 늘었다. MAU 증가율은 작년 11월부터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인 W컨셉은 같은 기간 MAU 평균 증가율이 17%로 무신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결과를 브랜드 경쟁력 유무에 따른 차이로 해석한다. 무신사는 국내 중소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W컨셉은 상대적으로 중·고가인 대형 브랜드 위주로 구성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무신사는 개성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W컨셉은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즐겨 찾기 때문에 알테쉬의 저가 의류 공세로부터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들이 최근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디자이너 육성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그재그는 지난해부터 개인쇼핑몰과 브랜드 상품을 함께 선보이는 연합 프로모션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이랜드의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가 입점한 데 이어 이달에는 11개 대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손잡고 ‘스파위크’ 행사를 열었다.

에이블리는 ‘콘텐츠 비즈니스’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고객 취향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는 플래그십 스토어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올해 비수도권을 포함해 30개 이상 열기로 하고 오프라인 확장에 나섰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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