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바꾼 '줄기세포 강국'…한해 7만명 日서 치료받는다

입력 2024-03-17 18:40   수정 2024-03-25 16:51

지난달 찾은 일본 도쿄 신주쿠클리닉에는 미국 한국 등에서 온 환자들이 줄기세포 주사를 맞기 위해 병상에 줄지어 누워 있었다. 이들은 모두 파킨슨병 환자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척수강에 직접 1억~2억 개 세포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진행됐다.

환자 A씨는 “과거 스스로 느끼던 증상이 100%라고 하면 지금은 60% 정도 사라졌다”며 “물건을 떨어뜨리고 젓가락질도 못 할 정도로 손떨림이 심했는데 이런 증상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2019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A씨는 2022년 9월부터 12차례 일본을 찾아 18번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다.

‘줄기세포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는 신주쿠클리닉 같은 재생치료 전문 병원이 성업 중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일본은 10년 전인 2014년 의료기관에서 제한 없이 세포치료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토대가 된 것은 역분화줄기세포(iPSC)다. 일본 정부는 이 연구에 매진하던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뒤 ‘줄기세포’를 미래 의학의 중심축으로 정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세포 치료 환자는 7만3819명, 투여 횟수는 11만4077건에 이른다.

현지 전문가들은 명확한 부작용이 없는 한 치료 도전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배아줄기세포 전문가인 구니사다 다가히로 국립기후대 명예교수는 “노화를 치료하는 것은 많은 연구진의 책임이고, 줄기세포가 효과 없다는 결론이 나올 때까진 시도해야 한다”며 “고령화 시대 의료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줄기세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화로 생기는 각종 퇴행성 질환 치료의 답도 결국 줄기세포에서 찾게 될 것이란 의미다.

도쿄=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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