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KP이노베이션스2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청구소송에는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소송 대상.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구글과 모토로라도 폴더블폰을 내놨는데 특허자산관리업체(NPE)는 삼성전자만 콕 집었다.
침해 내용도 석연치 않다. KP이노베이션스2는 삼성 폴더블폰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가 두 개씩 장착된 걸 문제 삼았다. 폴더블폰의 특성상 당연히 두 개씩 넣어야 하는 구조인데, 이런 기본적인 구조 자체를 ‘내 것’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걸린 대기업 입장에선 가능하면 합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제품 판매가 금지되거나, 오랜 기간 소송 끝에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전선’이 넓은 기업이란 점도 NPE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스마트폰까지 전자업계가 취급하는 제품을 거의 다 생산하기 때문이다. 단순 부품이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PC 등 세트제품은 수많은 기술이 한데 적용되다 보니 NPE 입장에선 공격할 게 천지다.
지난해 12월 학술지 ‘지식재산연구’에 실린 ‘NPE 소송특허의 질적 특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NPE들은 특허 1건으로 평균 6.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제조기업은 1개 특허로 평균 1.8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데 그쳤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원은 “NPE 소송에 연루된 특허는 제조기업 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고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소송하기에 좋은 특허를 싸게 사들이는 셈이다.
특정 기술 특허만 집중적으로 모아 소송을 거는 NPE도 있다. NPE인 텍사스IP벤처스의 자회사 KT이미징은 소규모 연구개발(R&D) 기업으로부터 이미지센서 기술만 사모아 삼성 애플 등 대기업에 소송을 건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물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쓰여 소송할 곳이 수두룩하다. 2022년에는 대만 기업인 킹팍테크에서 특허 7건을 매입해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 5개 기업에 소송을 걸었다.
‘부메랑 특허’도 문제다. 국내 중소기업 등이 가진 특허를 미국 NPE가 사들인 뒤 국내 기업 공격에 쓰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회사에 양도된 한국 특허는 890건이다. 2013~2022년 해외 NPE가 국내 기업 특허소송에 활용한 특허 1317건 중 52건이 이런 부메랑 특허였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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