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이나 모아타운 등 아파트 위주 정비사업이 어려운 곳에서 빌라를 새로 짓거나 고치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사비 대출도 내주기로 했다. 고도·경관지구나 1종주거지 등 규제 때문에 재개발이 불가능한 노후 빌라촌이 대상이다. 구역 내 주택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신축하는 정비사업 방식에서 빌라 신축도 지원하는 기조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등 비파아트를 지원하는 휴먼타운 2.0 사업을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첫 임기였던 2010년 도입한 휴먼타운 1.0 사업을 현재 주거 실정을 고려해 재추진한 것이다. 시는 "각종 규제나 주민 반대 때문에 재개발·모아타운 추진이 쉽지 않아 개발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노후 저층주택을 정비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이나 모아타운처럼 구역 내 주택을 전면 철거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 아니라 서민주택인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의 개별 신축과 리모델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종로구 신영동 214, 구로구 구로동 85의 29, 중랑구 망우동 422의1 등 시범사업지 3곳을 선정해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이나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등에서 대상지를 늘려갈 방침이다.
종로구 신영동 214 일대는 자연경관·고도지구·제1종 및 2종 주거지역으로 엄격한 높이 제한이 걸려있다. 2018년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으로 지정됐다. 구로구 구로동 85의 29 일대는 제2종 주거지로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을 추진 중이다. 중랑구 망우동 422의 1 일대는 제1종 주거지역이다.
시는 특별건축구역, 건축협정 집중구역, 리모델링 활성화구역 지정을 통한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기준을 완화한다. 특별건축구역, 건축협정 집중구역, 리모델링 활성화구역은 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정될 수 있다. 지정되면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위해 건폐율, 용적률, 높이, 조경면적 등 각종 건축기준을 배제·완화해 적용받는다. 단독 개발이 어려운 맹지, 협소·부정형 필지 등은 건축협정을 통해 공동개발을 할 수 있다. 신축 의사가 없는 건축주는 리모델링을 통해 증·개축이 가능하다.
건축물 신축 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서 공사비 대출(호당 7000만원)이나 보증(대출금액의 90%)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리모델링 때는 최대 6000만 원까지 공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원주민 건축주의 재정착 및 사업성 확보 등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동별 또는 부분별 신축매입임대 약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건축기준 완화를 통해 건축주가 실질적으로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과 건축설계·건축시공·법률·금융·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인 휴머네이터를 매칭시켜서 지원할 예정이다. 휴머네이터는 휴먼타운과 코디네이터의 합성어다. 휴먼타운사업구역에서 신축 또는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건축주에게 자문해주는 도시계획, 건축설계, 건축시공, 법률, 금융,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를 뜻한다.
생활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마을·주택관리 서비스를 종합 제공하는 ‘모아센터(마을관리사무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 시설에서 도로나 공용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정비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휴먼타운 2.0은 각종 개발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다가구·다세대주택 공급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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