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청두 등 중국 중서부 내륙…'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입력 2024-03-18 16:05   수정 2024-03-18 16:05

축구는 상대와 대회에 따라 수비수였던 선수를 공격수나 미드필더로 끌어 올리며 전술의 변화를 꾀한다. 이러한 역할 조정은 종종 선수들의 잠재력이나 강점을 극대화해 팀 전력을 향상시킨다. 우리가 잘 아는 가레스 베일이나 앙리도 포지션 변화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들어섰으며, 포지션 파괴는 현대 축구 전술 구성의 큰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중국은 포지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10월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대외 개방이 점점 확대되면서 내륙 지역은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연안지역은 한 단계 발전하여 ‘중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서부내륙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신연해(新沿海)’로 불리며,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첫 번째로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서부 지역은 희토, 리튬, 텅스텐, 구리, 니켈 등 첨단산업에 필수불가결한 희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최근 공급망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서부 지역 자원 관련 기업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희토류 기업인 장시성 중국희토그룹은 광동희토그룹을 인수했으며, 중국 1위 인산 생산기업인 귀주성 인화그룹은 약 8억 달러 규모의 이집트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였다.

두 번째로 중국 제조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 내 제조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연안에서 중서부로 이전을 추진해 왔다. 디스플레이는 후베이성, 안휘성, 충칭에, 자동차는 쓰촨성, 충칭, 후베이성에, 3대 신성장산업 중 하나인 태양광은 장시성, 쓰촨성, 샨시성에 생산기지가 구축됐다. 인건비 상승, 연안 경쟁 심화 외에도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다수의 대학이 소재하고 있어 지역인재 채용이 용이하다는 점이 중서부 내륙 이전의 이유로 꼽힌다.

세번째로 국제 물류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다. 먼저, 2013년 운행을 시작한 중-유럽 화물열차는 10년 만에 200배 넘는 운항편 수를 기록했다. 2019년에 운행을 시작한 내륙-동북아 강해직항로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러시아, 베트남까지 항로를 확장하였다. 2022년 개통된 우한-부산 강해직항로는 2년 만에 물동량이 약 3배 이상 증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인구 증가와 더불어 활발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중서부 핵심 소비 도시인 우한, 청두, 충칭, 정저우 등의 2023년 소비는 전국 평균(7.2%)보다 높았다. 2022년 인구 증가율 순위에서 8개 중서부 도시가 상위권에 포진됐다.

최근 중국은 ‘해안시대’에서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로 진출했던 ‘육권시대(陸權時代)’로 회귀하고 있다. 중서부 내륙은 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동부 연안을 지원하던 역할에서 글로벌 무역 인프라를 구축하고,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등 주도적으로 중국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 경기회복의 관건은 내수에 달려있는 만큼 중서부 지역은 빠르게 ‘공격수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기업도 큰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대외 개방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있는 중서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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