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민간이 주도하는 도심복합개발사업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신탁사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뿐 아니라 디벨로퍼(시행사)도 사업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의 여파로 건설 경기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국토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1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두 번째 릴레이 세미나를 열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8·16 대책’에서 민간기관도 도심복합개발사업 시행자로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조합의 전문성 부족과 공공 주도에 대한 주민의 반발 등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내년 2월부터는 조합 설립 없이 신탁사나 리츠 같은 전문기관이 사업시행자 역할을 맡아 노후 역세권 등을 문화시설과 산업시설, 주택 등으로 복합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리츠 영업인가 이전에도 토지 등 소유자의 현물출자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디벨로퍼는 리츠를 통해 개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춘 디벨로퍼는 직접 사업자로 나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인 롯폰기힐스에 민간 대출, 정책 투자은행, 담보대출 등이 활용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도 주택 공급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국내 건설 경기는 2025년까지 부진할 전망”이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통한 공공주택 확대, 부실 우려 PF 사업장 재구조화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부문 주택 착공 실적이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만큼 공공지원 민간임대 활성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노후계획도시는 중·고밀 공동주택단지가 대규모로 밀집해 있어 건축규제 완화 때 기반시설 부족이 우려되고, 추가적 공공시설 부지 확보 필요성은 낮다”며 “도시정비법과 차별화된 공공기여량 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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