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8단독(최리지 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임대인 A씨(40대)의 사기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인중개사 B씨(60대)는 "건물을 팔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양도세와 취득세를 올리는 바람에 팔 기회를 놓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와 함께 사기와 사기 방조,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재판부가 '증인 말대로 중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임차인들이 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임차인들이 침착하게 기다리면 되는데, 단체로 너무 시끄럽게 하고 방송사에 제보하고 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C씨도 "임대인 A씨 말만 믿고 임차인들에게 선순위보증금을 고지했을 뿐이며, 계약서를 많이 쓰다 보니 당시에는 대부분 전세 계약으로 체결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공모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B·C씨 등 공인중개사 7명과 공모해 임차인 131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148억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임차인이 지급한 보증금으로 자본 없이 '깡통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유성구 전민동 등 대덕특구 인근 오피스텔·다가구 주택 수십 채를 사들이거나 신축하는 방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임대업 경험이 없는 주부 A씨에게 이런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컨설팅해주고 A씨가 22명으로부터 23억6000만원을 가로채는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C씨는 법정 중개보수를 초과하는 45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방법으로 A씨가 57명으로부터 58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범행을 방조한 혐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연구단지에서 근무하는 20∼30대 사회초년생들로 나타났다.
공범인 공인중개사들이 선순위보증금과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합한 주택 잔존담보가치를 고의로 알리지 않거나, 허위 고지하는 방법으로 임차인들을 속여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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