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민심과 직결되는 이른바 ‘금(金)사과’를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세제 대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주재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물가는 국민의 첫 번째 관심사면서 정책 성과를 바로 체감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내 대표 농·축·수산물 유통업체인 하나로마트를 찾아 물가 대책을 논의한 것은 취임 첫해인 2022년 8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와 식료품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5%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국민 삶에 바로 영향을 주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3.7%로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품목·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 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시행하겠다”며 “냉해 등으로 상당 기간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당정이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과 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수입하는 과일과 농산물·가공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입 과일 공급 확대를 위해 관세 인하 품목을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24종에서 체리 키위 망고스틴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과 같은 시장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부처는 물가 최종 책임자로 각자 영역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각종 정책을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민간 기업에도 물가 안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에서도 원재료 비용 하락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효율을 높여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축·수산물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장을 보러 온 시민 및 판매직원 등과 만나 의견을 들었다. 현장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현장 방문 및 민생경제점검회의 일정은 전날 밤에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사과 배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농산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현장 방문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국제 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올해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2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 말까지 2개월 연장했다.
강경민/양길성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