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투자가 과하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심지어 국가도 망한다. 진나라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지었지만, 얼마 뒤 나라가 없어졌다. 수나라 양제도 남쪽과 북쪽을 잇는 대운하 건설을 하다가 민심이 돌아섰다. 닷컴 버블도, 만리장성도, 대운하도 모두 당사자에겐 쓰라린 경험을 안겼지만 역설적으로 그다음 세대에는 큰 혜택이 됐다. 과다한 투자의 결과, 빠르게 인프라가 구축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다. 정부, 공공기관 등에서 생성 AI를 도입하려 하고, 기업 대부분이 AI 전환을 선언한다.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과열 조짐도 보인다. 챗GPT와 같은 언어 생성 모델이 전력을 과다하게 소모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챗GPT의 경우 AI 모델 학습에 1.287GWh의 전기를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가정 120곳이 1년간 사용하는 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무려 520t이다.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고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6년 세계 전체의 2%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 생성 AI 기업 임원은 필자에게 “AI 모델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돈과 자원이 소비돼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고, 다른 기업도 비슷할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과한 투자의 끝은 대개 비슷하다. 하지만 생성 AI 열풍이 지나간 뒤 우리 삶의 변화는 더욱 가속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생성 AI의 빠름과 편안함의 맛을 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성 AI의 단점을 뛰어넘거나 보완할 신기술 등장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AI 모델에 최적화한 에너지 소비 절감형 반도체를 향한 각 기업의 도전이 대표적인 예다. 닷컴 거품이 터졌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상거래와 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 AI도 비슷한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 생성 AI 거품은 꺼져도 우리 바로 곁에 AI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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