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가 일본풍 주점을 겨냥해 '매국노'라고 지적하면서 일식집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노재팬, 팬데믹 등을 겪으며 지난해 일식집 폐업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불경기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라, 안산 발언의 후폭풍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으나, 최근 총선을 앞두고 '한일전' 프레임까지 나오면서 일식집 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폐업 비율로 봐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일식집 폐업률은 4.1%로 10년간 최고를 기록했다. 한식집과 중식집의 폐업률은 최근 각각 3% 안팎에 그치는데 유독 일식집만 폐업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는 한일 무역 분쟁 여파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노재팬) 열풍이 일면서 타격이 컸던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러 고난을 거치면서 벼랑 끝까지 버티던 일식집 사장님들이 줄폐업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렇게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최근 안산의 '매국노' 발언에 일식집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그나마 노재팬 열기가 사그라들고, 하늘길까지 열리면서 일본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분위기가 나아지는가 했는데 다시 이미지가 악화될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앞서 안산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국제선 출국(일본행)'이라고 일본식 한자로 적힌 전광판 사진을 올리며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고 썼다. 이 전광판은 광주 광산구 소재의 한 쇼핑몰 일본 테마 거리 입구 장식을 위해 설치됐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20대 자영업자 권모씨가 안산의 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A씨는 "일본풍이라는 게 차이가 좀 있을 뿐, 사실상 일식집 전체를 저격한 것 아닌가"라며 "상당히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자카야 점주 B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은 꼴"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안산 선수를 괴롭히려고 고소한 게 아니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고소 건은 자영업자의 피해가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진행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되서 그렇지 안산 선수의 발언은 과거 '미국산 소고기' 사태와 같이 자영업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악화될 우려가 충분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산이 이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관련 고소 건이 진화될지도 관심이다. 안산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저의 언행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업체 대표님, 점주분들, 관련 외식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심코 올린 게시물이 이렇게 큰 실망과 피해를 드리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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