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강남권 아파트 보유세 상승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을 때도 강남권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19일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이 공시가격 변화에 따른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보유세(1주택자, 세액공제 없음, 공정시장가액 비율 60%, 재산세 45% 기준)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권 주요 단지의 보유세는 적게는 7%대에서 많게는 18%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의 보유세는 작년보다 7.7% 오른 745만원이다. 이 단지는 작년에 올해보다 53만원 적은 692만원을 보유세로 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1135만원으로 작년(1058만원)보다 7.2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보유세 상승 폭은 더 크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 올해 보유세는 작년(438만원)보다 32.38% 오른 580만원으로 추정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의 보유세는 작년(440만원)보다 18.74% 상승한 523만원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는 공시가가 18억원을 넘으면서 올해 종부세 130만원이 더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시가는 지난 한해분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면서 "2022년에 하락했던 지역이나 단지가 지난해 많이 오르면서 공시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곳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강남권 단지들은 보유세 변동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시세 상승 폭이 강남권에 미치지 못해서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84㎡ 보유세는 지난해 362만원에서 올해 365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공시가가 지난해(15억1100만원)보다 1.59% 내린 14억8700만원으로 산정돼서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 보유세는 지난해(267만원)보다 9만원 오른 276만원으로 추정됐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84.69㎡는 224만원에서 234만원으로, 성동구 왕십리동 '텐즈힐' 전용 84㎡도 208만원에서 217만원으로 각각 10만원가량 뛸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기 무리하게 적용된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책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2% 오른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11년(0.3%),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변동률이 낮은 이유는 전반적인 시세 변동이 크지 않았고,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0%로 동결해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6∼2020년 5년간 매년 4∼5%대 상승률을 보이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갈수록 높아지도록 설계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이 겹친 2021년 19.05%, 2022년 17.20% 상승했다.
공시가는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을 매기거나 취약계층의 복지제도 수급 자격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60여개 행정제도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내달 8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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