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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기업 테라파워가 오는 6월 미국에서 첫 번째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한다. 이를 통해 미 경쟁사 뉴스케일을 앞지르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등의 경쟁사들과 저가 차세대 원자로 개발 및 수출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테라파워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르베크는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달 안으로 미국 규제 당국에 액체 소금으로 냉각되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브랜드 '나트리움'에 대한 건설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의 첫 나트리움은 미 와이오밍주 케머러시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 들어선다. 2030년 완공되면 이곳에서 2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노후화된 석탄발전소 부지에 美차세대 원자로 '첫삽'
르베크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을지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는 6월에 첫삽을 뜰 예정"이라며 "나트리움의 혁신적인 설계 덕분에 초기 건설 작업의 대부분은 비핵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중반부터 물을 이용한 수냉식 원자로가 원전 산업의 초석이 되어왔지만, 소금 기반 SMR은 비용이 그 절반밖에 안 든다"며 "이번 상업화에 성공하면 원전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8년 설립했다. 일반 원전에선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고속 중성자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쓰지만, 테라파워의 나트리움은 냉각재로 소금을 구성하는 소듐(나트륨)을 액체 상태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사용후 핵연료가 냉각재로 물을 쓸 때의 10%밖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경수로의 물은 100도가 넘어가면 증기가 되기 때문에 원자로 가동 시 높은 압력을 통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액체 소금은 끓는점이 900도로 높아 저압 상태로 가동할 수 있다.
나트리움은 전기출력이 345메가와트(㎿)로, 300㎿ 이하인 통상의 SMR보다 약간 더 크다. 용융염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에는 시스템 출력을 5시간 30분 이상 500㎿까지 높일 수 있다. 르베크는 "우리는 태양열 발전소 크기만큼 큰 용융염 탱크에 열을 저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 '열 배터리'로 작동한다"며 "이처럼 내장된 에너지 저장 장치를 활용해 나트리움을 매우 빠르게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현재까지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민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SK㈜와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도 이번 와이오밍주 케머러시 실증 프로젝트에 2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약속한 상태다. 작년 12월엔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에너지공사와도 나트리움 원자로에서 생산된 전기로 핑크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 퍼시픽코프는 2년 전 이미 "2035년까지 5개의 나트리움 원자로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중국 치고나가는데…미국은 비용 문제로 '발동동'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SMR 기술이 경쟁하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거의 없어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개발이 잇따르면서다. 러시아는 국영기업 로사톰이 2019년 이미 해상 부유식 소형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북태평양 추코트카 자치구에 있는 페벡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35㎿ 규모의 SMR 2개를 탑재해 총 70㎿ 전기를 생산한다. 하루 24만㎥의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중국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산둥성 룽청시 스다오만에서 SMR을 가동하고 있다. FT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쟁사들을 추격해야 하지만, 미국 원전업계는 고금리와 비용 상승, 고농축 우라늄 핵연료 부족 등으로 인해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스케일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SMR 6기를 짓기로 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비용 급등 등으로 인해 2년 만에 해당 SMR의 전력 판매단가를 53% 가량 인상한 뒤로 충분한 고객사(전력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워싱턴 싱크탱크 더브레이크스루 인스티튜트의 원자력에너지 혁신 책임자인 아담 스테인은 "테라파워는 공공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두고 있는 데다 경쟁력있는 원자로 설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미국 경쟁사들보다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테라파워의 와이오밍주 프로젝트에 미국 정부가 너무 많은 지원금을 대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르베크는 "나트리움 원자로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며 "원자력은 상업적 속성도 크지만 지정학적 속성도 매우 크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가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을 미래 SMR 수출 시장으로 보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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