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구전(先勝求戰)'을 마음에 새기며 선거에 임하겠다"
최근 서울 제기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65일 내내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승구전은 먼저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싸움에 임한다는 뜻이다. 안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조직들이 움직이는지 알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1961년 전북 고창 출생인 안 의원은 광주 서석고와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민주당의 전신)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들어온 그는 20여년 간 주요 당직을 꿰차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의원이 됐다. 이후 서울 동대문갑에서 연이어 3선을 했다. 동대문갑엔 김영우 국민의힘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안 의원은 “누구보다 동대문을 잘 아는 안규백이 철저한 도시계획 및 정비를 이뤄내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1문1답.
▶그간 해결한 지역구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을 꼽는다면
"주민의 피부에 와닿는 골목 사업 등 많은 현안을 해결했다. 배봉산 군부대 이전이 대표적이다. 군부대를 옮기면서 동대문구의 고도제한이 완화됐다. 그 결과 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동대문에 GTX-B·C, 동북선, 강북선, 면목선 등 5개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인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KTX강릉선, 천안행급행 등 12개 노선이 다니는 것을 고려하면 동대문구는 더욱 교통이 편리한 동네가 되리라 예상한다. 이 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월릉교부터 삼성역까지 11.1km에 달하는 구간인데 4~5년 후에 준공되면 여의도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공원이 생긴다. 동대문구 주민들의 여가시설이 들어설 여건아 조성되면서 동대문구의 정주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지역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공약 1호는
"앞서 말한 '사통팔달(四通八達)' 교통 공약으로 동대문구를 서울 동부 물류의 허브로 만드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광역교통망을 재편해 동대문에 17개 노선이 다닐 뿐 아니라, 미래운송수단인 드론택신 승강장을 유치해 하늘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땅과 하늘을 아우르는 미래 서울의 교통핵심지로 동대문을 만들 계획이다.
수인분당선 단설 철도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수인분당선은 교통혼잡이 많은데도 하루에 18편 밖에 다니지 않는다. 이 같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수인분당선 전용 철도를 별도로 내기 위한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다. 전용 철도가 들어서면 열차도 증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인분당선의 교통 문제가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동대문갑을 어떤 도시로 만들어가고 싶나
"지난해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동대문은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2030세대가 유일하게 늘어난 지역이다. 그만큼 젊은사람들의 질좋고 편리한 정주여권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싶다."
▶2030세대에 맞춤화된 공약을 좀 더 설명한다면
"동대문구에는 대학들이 많다. 지역의 전통과 어우를 수 있는 문화 시설을 만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시장인 경동시장 안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인 먹거리와 이색적인 즐길 거리를 제공하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7~8년 전엔 예산을 확보해 홍릉에 한국콘텐츠진흥원 건물을 짓기도 했다. 현재 정부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동대문구에서 관리를 주도하면서 홍대와 같은 '제2의 문화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동대문갑이 서울의 다른 동부 지역보다 낙후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동대문을 폄훼하는 발언이다. 앞서 말했듯 동대문은 청년세대가 유일하게 증가하는 지역이다. 살기 힘들고 낙후돼 변화가 없으면 젊은 인구들이 오지 않는다. 현재 동대문 관내 23개 곳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동대문이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잘 설명한다. 누구보다 동대문을 잘 아는 만큼 기초 인프라를 확충해 주민 편의를 향상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
▶전략공관위원장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일반 공천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전국 253개 선거구에 대한 판을 짜는 일이다. 오직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정치적 효능감이 필요해 더욱 힘든 일이다.
선배, 동료, 후배분들의 공천을 심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최대한 당헌 당규에 기반해 전략적인 판단을 했지만, 동료 의원들의 공천 배제를 해야 할 땐 상당히 마음 아픈 부분도 컸다. 인간적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나는 이번 공천의 핵심이 당원 주권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의 주권이 하나둘 똘똘 뭉쳐서 여전사 3인방(추미애·이언주·전현희) 공천을 포함해 청년특구, 여성 전략특구 등 과감한 결단이 이어졌다. 결국 마지막에 꽃을 피리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리라 믿는다."
▶이번 공천을 ‘역사성과 서사가 있는 공천’이라고 평가했는데.
"민주당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자주독립정신과 4·19 혁명, 5·18민주화 운동, 6·10 민주항쟁, 그리고 첫불시민혁명의 민주 정신을 계승한 정당이다. 그런 정당으로서 격과 포부에 합당한 후보를 찾고 적소적재에 후보를 배치해야 한다는 각오로 전략공관위에 임했다.
그런 맥락에서 역사성과 정통성이라는 서사를 잇는 공천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천 대진표를 짜면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 통합과 화합의 방향으로 갔다고 본다."
▶이번 공천이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을 잇는 계파적 서사성이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주류의 변화가 인위적으로 이뤄졌다면 진통이 크고 총선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천은 특정인이 중심이 아닌 친민주당원, 친민주당 계파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계파나 인물에 치우친 공천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미 우리 당은 지난 김상곤 혁신위 때 공직자선출평가위원회를 만들고 시스템 공천의 기틀을 닦아 왔다. '당원 주권의 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공천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총선이 끝나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명공천'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서울 서대문갑 청년특구 공천을 진행하면서 김동아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됐다. 소위 '친명'이라고 분류되는 김 변호사를 후보로 선정하려했다면 처음부터 결정을 하지 중간에 낙마를 시켰곘나. 원칙대로 진행하다가 예비후보 중 한 사람의 결점이 드러나면서 자동으로 김 변호사가 예비후보에 오른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은 이미 '사람 중심'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시스템 공천'으로 가고 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100%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원의 마음을 받들어 공천을 했고 총선이 끝나면 결과로 증명되리라 생각한다."
▶'통합'을 강조한 이재명·이해찬·김부경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회 체제가 가야할 방향은
"선대위의 역할은 선거 유세에서 표를 모으는 것이다. 원래 정당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스펙트럼이 다양해야 양 극단이 작아진다. 선대위는 폭을 넓게 하고 양극단을 배제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이 수 차례 강북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끝내 낙마했는데.
"아끼는 후배라서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하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협력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특정한 결과에 대해선 그만한 이유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박 의원은 이미 국민들과 당원들의 요구에 고려해 수차례 기회를 보장받았다.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스스로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기회에 나를 포함한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자신을 역사에 거울에다 비춰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 전망을 분석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맞서기 위해 과반의석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선거 3년 차에 이뤄지는 선거이기에 '정권 심판론'이 더 우세하다. 민생이 파탄 지경인데 현 정권은 홍범도 동상 이전처럼 이념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은 우리와 다르게 밋밋하고 감동도 없었다. 우린 신예의 선수들이 예상을 뒤엎고 반전을 거듭하면서 승리하고, 기대했던 인물들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서사적인 드라마가 있었다.
민생 파탄 지경에도 정부와 여당은 어떠한 대안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과 하나에 8000원이 훌쩍 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이 같은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