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기업이 제2의 엔비디아가 될지 예상할 자신이 없다면 반도체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에 분산투자하는 ETF 중 가장 대표적인 ETF는 '아이셰어즈(iShares) 세미컨덕터 ETF'입니다. 티커는 'SOXX'이며, 추종지수는 'ICE 세미컨덕터 인덱스'입니다. 과거에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했었습니다.
2007년 10월부터 운용을 시작한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 중 시가총액 100만달러 이상, 발행주식 수 150만주 이상이라는 요건을 갖춘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에 분산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용자산이 약 16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 ETF로 성장했죠.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인텔 등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기업의 주식들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네덜란드 주식인 ASML과 대만 주식인 TSMC는 SOXX ETF에 편입됐습니다. 왜 SOXX ETF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없고 ASML, TSMC는 있는 걸까요?
SOXX ETF가 편입한 주식명을 정확히 살펴보면, ASML이 아닌 ASML ADR, TSMC가 아닌 TSMC ADR입니다. 주식명 뒤에 붙어있는 'ADR'은 무엇일까요? DR은 주식예탁증서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상장된 '우량기업'이란 주식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만 거래되는데, 이 주식을 다른 나라에서도 거래하고 싶은 수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량기업이 DR을 발행하면 다른 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DR을 발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우량기업 주식을 한국의 보관기관(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해야 합니다. 이후 해외의 예탁기관(글로벌 대형은행 등)과 예탁계약을 맺고,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DR'을 발행해야 하죠. 이 DR을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 끝입니다. DR을 거래하면 '우량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DR은 'ADR', 유럽에 상장된 DR은 'EDR', 한국에 상장된 DR은 'KDR'입니다. 국내 주식인 KB금융, 한국전력, KT, LG디스플레이,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POSCO홀딩스 등은 ADR을 발행해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거래되고 있습니다.
ASML ADR은 네덜란드에 상장된 ASML 주식을 예탁기관에 보관해놓고 발행받은 예탁증서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증권을 의미합니다. 즉, 미국 투자자들도 네덜란드 주식인 ASML 주식을 미국 주식시장에서 ASML ADR로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것이죠.
SOXX ETF는 ASML ADR, TSMC ADR에 투자해 네덜란드의 ASML, 대만의 TSMC 주식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DR을 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 거래는 한국 주식 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반도체 ETF인 SOXX ETF에 투자된 16조8000억원의 자금 중 단 1달러도 한국 반도체 기업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도 글로벌 투자금이 편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ADR 발행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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