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이승만 대통령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 대통령의 기관차가 달렸다는 말처럼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공인 여러분의 성공이 우리 경제와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여러분과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가가 존경 받는 나라를 함께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이승만 결단으로 시장경제 토대 세워"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부터 오늘까지 돌이켜보면 역사의 고비마다 위대한 결단이 있었다”며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 북녘은 공산주의 선택했지만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 결단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토대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농지 개혁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뿌리 내린 경제 혁명’이라고 평가하며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농지 개혁, 교육 개혁, 정치 개혁이라는 3대 개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을 거론하며 “많은 국민께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하면 끝이 없지만 패배주의 빠진 국민을 일으켜 세운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저개발 국가들이 수입대체 경공업에 주력할 때 박정희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수출 주도 공업화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 부처 업무보고를 거론하며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전략회의 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가져다가 가득 쌓인 먼지를 덜어내고 꼼꼼히 읽고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했다.
"상공인, 대한민국 현대사 영웅"
윤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업적도 기렸다. 윤 대통령은 두 선대 회장을 두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보여주신 기업가 정신을 상징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1983년 이병철 회장께서 반도체 도전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섬유에서 비료로, 다시 전자에서 반도체로 시대를 앞서간 이병철 회장의 혜안이 오늘의 삼성과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 전 회장에 대해선 “정주영 회장은 1971년 조선소 건설을 계획했을 때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는 500년 전인 1500년대에 이미 이러한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해서 차관을 받아냈다”며 “조선 신화와 중동 건설 신화를 거쳐 포니 신화에 이르기까지 불굴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병철 정주영 회장을 비롯한 불굴의 도전과 투지로 기업을 발전시켜 온 우리 상공인들이야 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대의 가장 위대한 위업은 우리 헌법정신인 자유시장경제와 뿌리내려 키워온 것”이라고 했다.
"포퓰리즘이 경제 어려움 가중"
윤 대통령은 ‘반(反) 시장주의’ 이념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축시킨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그릇된 이념에 사로잡힌 무원칙과 포퓰리즘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왔다”며 “정치 이념적 왜곡과 선동이 만연하며 이념 편향적인 정책이 우리 경제를 흔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불과 5년 만에 400조원이 늘어 100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계사를 살펴보면 자유시장과 자유주의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을 피웠다”며 “무너진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하여 더욱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거론하며 “원전은 그냥 발전소가 아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 생산해서 우리 경제와 산업의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린 결과로 그 피해가 우리 산업과 국민 전체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노동 시장에 대해선 “지금 우리의 노동현장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노조 카르텔로 인해 노동 현장에 불법이 판을 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하면서 힘없는 미조직 근로자들은 오히려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업구조 변화에 맞게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하게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근로 시간은 현행 주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노사 유연화를 희망하는 업종과 직종을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발전한 시스템이 자유민주주의”라며 “자유 시장경제 시스템이 정치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로 결국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유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온 우리의 역사는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 발전 과정”이라며 “자유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온 우리 기업인이 정치적 민주화의 진정한 공로자”라고 추켜세웠다.
"불합리한 규제, 뿌리 뽑을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가 기업 활동을 가로 막는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기업이 1세대를 지나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상속세를 신경 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며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 기업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고용도 안정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규제와 관련해선 “기업 투자를 막는 불합리한 규제는 끝까지 추적해 뿌리 뽑겠다"며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제 규제 특례를 포함해 지역 특성에 맞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즉시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이 핵심 역량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업을 재편 할 수 있도록 금융 세제를 포함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시장경제를 확고하게 세우고,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인 경제를 이뤄내겠다”며 “그 기반이 되는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 과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변변한 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힘은 늘 위기에 도전하고 혁신을 거듭한 우리 상공인 여러분의 기업가 정신에서 나왔다”며 “앞으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거침없이 세계로 뛰어가 주시길 바란다. 저와 정부가 그 도전과 혁신의 길에 늘 함께 하며 응원하겠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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