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그제 재판부의 불허에도 총선 유세를 이유로 대장동 사건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가 강제 소환을 거론하자 이 대표는 “검찰 독재 국가의 현실”이라며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겨눴다. 검찰과 법원이 한 몸이라는 억지였다. 재판 지각도 상습적이다. 지난해 10월 대장동 사건 2차 공판에 지각했고, 지난 12일 재판부의 사전 허가도 받지 않고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오후에 지각 출석했다. 일반 피고인이 특별한 사정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생사여탈권을 쥔 판사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이 대표의 재판 불출석에 대해 “보기 드문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 재판을 우습게 보거나 방탄 특권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것이든 사법부 농락이다.
그는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며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함께 대통령 탄핵까지 띄우고 있다. 범죄 혐의자들의 폭주 연대다. 게다가 이 대표는 ‘해병대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이종섭 주호주 대사를 향해 ‘런종섭’ ‘도주대사’로 지칭하고 임명 철회와 압송을 주장했다. 아무리 ‘무죄추정’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범죄 피의자가 조사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더욱이 이 대사는 공수처 조사를 받고 대사로 나간 데다 부르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 사람에게 ‘도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이 대표 특유의 내로남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정략으로 치부하더라도 후흑(厚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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