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7년째 깨지지 않는 기록이 있다. 크래프톤이 2017년 슈팅(총 쏘기) 액션 게임으로 내놨던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다. 2018년 1월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325만7248명이 동시에 이 게임을 즐겼다. 온라인 활동이 절정이었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시스템이 게임 만들게 해야”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사진)이 ‘2라운드’를 준비한다. 게임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한다.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으로 여러 게임사가 붙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쏟아내는 사업 방식을 선보이겠다는 얘기다. 올해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장 의장은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원천 IP인 펍지를 프랜차이즈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 프랜차이즈는 하나의 IP를 두고 여러 업체가 제작하는 방식을 뜻한다. 프랜차이즈로 게임을 만들면 PC, 콘솔, 모바일 등 각종 플랫폼에서 슈팅, 역할수행게임(RPG), 모험 등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디즈니 IP인 마블이 여러 제작사의 손을 거쳐 영화 수십 개로 탄생한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국내에선 아직 프랜차이즈 게임을 내놓은 업체가 없다. 해외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슈팅 게임 ‘콜오브듀티’로 성과를 낸 정도다.
장 의장은 “특정 기획자가 아니라 시스템이 게임을 만드는 프랜차이즈 체계를 갖춰야 20~30년 존속이 가능하다”며 “외부 제작사와도 협업해 펍지 IP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번화가에 맥도날드가 있듯 어느 게임 분야를 가더라도 펍지라는 프랜차이즈가 보이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 의장은 “올해는 사업 다각화의 원년”이라며 “연내 초대형 M&A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에서 투자 대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관련해선 2021년 인도 웹소설 업체인 프라틸리피에 투자했던 515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게임에서만 76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힌 바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말 기준 투자한 외부 제작사는 20여 곳에 이른다.
○“인도 성장세 10년 간다”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투자 결실을 거둘 기회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데브시스터즈와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인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장 의장은 “중국의 고도성장기 못지않은 인도의 성장세가 5~10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이 선진국이 돼 가면서 여가 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났던 현상이 인도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론 인도 정보기술(IT) 인재가 게임 분야로 유입돼 산업 성장 기반이 견고해질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장 의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맡으며 인도를 방문했을 때부터 현지 진출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중국 게임의 선전에 한국 업체가 고전하는 원인을 묻는 말엔 “노동 관련 법과 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 의장은 “게임 프로젝트에 실패했을 때 인력 재배치가 너무 어렵다”며 “프로젝트 단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게임산업에서 노동 경직성이 10년 이상 계속되면 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적용하는 제도를 달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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