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차 소송에는 포항 시민 5만5900명이 참여했다. 이에 이번 2차 참여 인원을 더하면 포항지진 관련 소송 참여 인원은 총 44만9900명에 이르게 된다. 포항 인구는 지난달 기준 49만2663명으로 지진 발생 이후 태어나거나 전입한 인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포항지진을 겪은 시민 대부분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소송 소멸시효일(2024년 3월 20일) 전날까지 집계한 결과다.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포항지진특별법'은 소송 소멸시효를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포항시 및 지역 변호사 업계는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이 사실상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촉발지진'임을 발표한 날인 2019년 3월 20일을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 잠정 규정하고 이로부터 5년 후인 2024년 3월 20일을 소멸시효 완성일로 결정했다.
포항지진 소송의 발단은 약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일대에 국내 지진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듬해 2월 11일에도 규모 4.6의 여진이 관측됐다. 이로 인해 총 135명의 인명 피해와 약 850억200만원의 재산 피해, 17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한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여간 조사를 마치고 2019년 3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포항시민 4만7850명은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2018년 10월 15일 시작된 이 소송 재판은 약 5년 만인 작년 11월 원고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법원은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에게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른 총배상금은 약 1500억원이다. 판결 이후 원고와 피고 모두 대구고법에 항소했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의장은 "대한민국 역대 최대의 시민소송을 계기로 21세기 시민사회를 열어 가는 건전한 국민 캠페인으로 승화시키야 한다"며 "기간 내에 소송에 동참하지 못한 시민들을 구제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1차 소송의 항소심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소심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바뀔 수 있고, 1심 판결의 취지가 유지되더라도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들은 법무법인 태평양, 대륙아주, 지평 등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에서 말하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안 날'을 두고 2020년 4월 1일 감사원의 지열발전 사업 대상 감사 결과 발표일, 2021년 7월 29일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의 촉발지진 결론 발표일 등 다양한 의견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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