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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친환경 에너지 투자 비율을 공개하기로 했다. 뉴욕시가 제출한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이 2020년 세계 최초로 그린택소노미(친환경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녹색 산업 분류체계)를 시작한 유럽연합(EU)을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뉴욕시와 녹색금융 비율을 공개하는 데 합의했다. 화석연료 대비 저탄소·무탄소 에너지 투자 비율을 공시한다는 의미다. FT는 "미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치적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대형은행의 백기는 큰 진전"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뉴욕시가 투자은행들에 자산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LP)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해 녹색금융에 동참하도록 유도한 끝에 이뤄졌다. 뉴욕시 산하 3개 연기금의 운용자산은 총 1930억달러에 달한다. 이달 초엔 JP모간도 뉴욕시로부터 출자받은 기금 4억7800만달러를 투자할 때 녹색금융 수치를 공개키로 했다.
뉴욕시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부터 지나치게 규범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요청이라고 생각했다"며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조달을 줄이거나 저탄소 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녹색금융 비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가 JP모간과 씨티그룹에 냈던 주주제안이 사전 합의로 귀결됨에 따라 시는 해당 제안을 철회할 예정이다.
녹색금융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은행이 신재생에너지 기업보다 화석연료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BNEF에 따르면 2022년 북미권 은행의 녹색금융 비율은 평균 0.6였다. BNEF는 파리협정(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이 비율이 4에 도달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녹색금융 비율을 공개하더라도 비율 조작 등으로 그린워싱(친환경 위장)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시는 "투명성을 통해 여론이 비율 조작 등을 적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시의 녹색금융 비율에 관한 주주제안은 JP모간, 씨티그룹을 포함해 총 6곳에 제출됐는데, 주주총회 전까지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총 안건에 올라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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