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100여명에게 사랑과 희망을 나누며 세상을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최병배(59)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최씨는 뇌사 장기 기증으로 신장(좌·우), 안구(좌·우)를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고, 인체 조직 기증으로 100여명 환자의 기능적 회복을 도왔다.
최씨의 가족은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간문맥혈전증을 치료받은 바 있어, 누구보다 아픈 이의 힘듦을 잘 알고 있었다. 의료진에게 '회복 가능성은 없으나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최씨의 아들은 "아픈 사람이 건강하게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전했다.
청주시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최씨는 유쾌하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자녀들을 데리고 근처 냇가로 가서 물고기도 잡고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 성실하고 자상한 아빠였다.
최씨는 젊어서부터 자동차 의자에 들어가는 가죽을 생산하는 피혁공장에서 40년 넘게 근무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앞장서서 해결하고 전체적인 관리 업무를 맡았다. 주말이면 벼농사를 지어 친척과 주변 이웃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최씨의 아들은 "아버지, 늘 표현을 못한 거 같아서 너무나 미안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어. 엄마 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 아빠 몫까지 열심히 살게. 너무 보고 싶고, 아빠 사랑해. 하늘에서는 다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 나눔을 통해 4명의 생명과 100여명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생명 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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