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보장 분야에 투입되는 세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취약 집단에 대한 보호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성별 간 임금 차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은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를 발간했다. 2021년부터 통계청이 매년 발간하는 SDG 이행보고서는 사회·경제·환경을 포괄하는 17개 분야의 지속가능발전 현황을 담고 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보건·교육 분야 세출 비중이 점차 증가해 지난해 50.5%를 기록했다. 2013년 43.1%에서 10년 새 7.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22년 0.324로 전년보다 0.005 감소했다. 단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에선 지니계수가 0.383으로 작년 대비 0.005 높아져 불평등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간 임금 수준 차이는 최근 10년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간격이 있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OECD 평균(12.1%)보다 두배 넘게 높았다. 반면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4.6%로 OECD 평균(34.2%)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순위로는 하위 두 번째를 기록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의 70.3% 수준에 불과했다. 간호사 수는 더 적었다. 같은 해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6명으로 OECD 평균(8.7명)의 52.9%에 그쳤다. 10년 전(의사 2.0명, 간호사 2.4명)보다는 숫자가 늘어났지만, 이들이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지방의료 환경은 열악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의 경우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고2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 대비 증가했다. 또래 폭력 경험률은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가 2021년과 2022년 연속 증가하면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통계청은 “최근 10년간 추세를 볼 때 한국은 여러 지표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성별과 연령, 지역 등에 따른 격차가 관찰됐다”며 “취약 집단을 지원하는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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