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비이재명)계 현역인 박용진 의원을 꺾고 서울 강북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장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사진)가 정작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서는 투표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북을에 연고가 없는 조 변호사가 전입 신고를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 후에 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 '비명횡사' 공천의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조 변호사를 두고 "길에서 배지를 주웠다"고도 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신이 출마하는 강북을 지역에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지난 17일 박 의원과의 2인 경선이 확정됐고 18~19일 경선 후 19일 승리했다. 박 의원은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10%에 들어 경선 득표에서 30% 감점을 받았고, 조 변호사는 여성 신인 가점 25%를 받았다.
조 변호사는 19일 경선에서 이겨 공천이 확정됐지만 이틀 후인 21일 오전 강북구에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인 명부작성 기준일은 19일이다. 이로부터 5일 이내인 23일까지 각 시·군·구의 장은 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서 투표도 못한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일이냐"며 "급조된 후보라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변호사는 사전투표 기간(4월 5~6일)에는 전입한 강북을 지역에서 투표를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출마한 강북을이 아닌 이전 지역에 출마한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서울 동작을 지역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붙는다.
조 변호사는 자신이 박 의원과 경선이 확정되자 유시민 작가가 "'조 변호사는 길에서 배지를 줍는다'고 반농담을 했다"고 전해 지역구 유권자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이 민주당 텃밭인 강북을에 출마하는 것은 사실상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 의미라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과거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다수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은 A씨를 변호하면서 피해자가 성병에 걸린 것을 두고 피해자의 아버지를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국선전담 변호사는 "제3자에 의한 성폭행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라며 "제3자 안에는 심지어 가족들도 언급돼 있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2차 가해를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변호사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삶을 살아왔다면 굳이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사건은 수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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