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법률적 문제 등을 깊이 고려해서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해달라."
21일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 여의도 한경협회관 3층 에메랄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과 관련 국민연금을 향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지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누이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을 반대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유상증자와 인수·합병은 엄연히 다르다"며 "이번 통합건이 마무리되면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의 자회사가 되고, 경영권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가 변경되는 사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지정하는 이사 후보자 4명을 한미사이언스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임종윤 사장은 본인과 임종훈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제시했다.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대표·배보경 고려대 교수(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를 이사진 후보로 제안했다.
표 대결에 대비해 임종윤 사장은 주주, 특히 국민연금의 지지를 호소했다. 표 대결에서 이긴 쪽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미약품그룹 주주를 창업주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수탁자책임원칙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주총에서 이겨야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고 주장했다. OCI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OCI와 한미가 합병하면 지배구조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책임 투자한다는 방침을 첫 번째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있다"며 "통합 절차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바탕해 국민연금이 올바른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임종훈 사장은 "이곳에 오기 전 아버지(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생각밖에 안 났다"며 "한미약품이라는 회사가 더 성장하려면 한미의 기업 문화를 아는 사람이 경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준다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선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창업주와 친분이 있고, 한미약품그룹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분인 만큼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12.15%에 달한다.
앞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취득하고 임주현 실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등의 통합안을 발표했다. 임 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무효라며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및 그룹 통합 작업은 전면 중단된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한미와 OCI 합병 관련 계약서의 전문이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며 "어머니(송 회장)와 동생(임주현 사장)은 통합 후 경영권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검토가 덜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구주 거래, 유상증자 등 개별 안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한미와 OCI 합병에 대한 계약 전체를 봐야 하는데 이를 보여줄 만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형제 측은 경영권을 확보해 한미약품그룹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 사장은 "우리가 주주 제안하지 않았다면 67% 주주의 의결권이 무시당할 뻔했다. 주총에서 이기면 1조원 이상 투자유치해 기업가치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공감하며 자사주는 소각하고,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순이익이 나야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수 있고,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순이익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북경한미를 이끌면서 냈던 성과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북경한미에서 20개 정도의 약에 대해 임상을 진행하고 허가받았는데 4~5개 제품이 중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며 "작년 북경한미의 이익률이 25%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미그룹은 설립 후 50여년간 450개 화학의약품을 개발하고 발매한 역량이 있다"며 "주주총회를 통해 우리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이사진이 갖춰진다면,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약품을 생산할 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등 경영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두 형제는 '한미의 미래 전략'으로 5년 안에 순이익 1조 회사, 시가총액 50조 진입, 장기적으로는 제2의 현대 기아차 그룹처럼 시가총액 200조 티어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한미약품의 시총은 4조원, 한미사이언스의 시총은 3조원 수준이다.
임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제약회사들을 보면서 나름 자신감이 생겼다"며 "제약강국이라는 숙제를 달성하려면 시가총액 200조원대까지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시총 2위 SK하이닉스와 3위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을 더하면 약 220조가 된다.
임 사장은 "이 같은 계획에 실패한다면 물러날 것"이라며 "미래 비전을 확실한 약속으로 표현하고 싶어 직을 걸고 달성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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