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청약홈이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을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다. 청약 제도가 바뀌면서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 저가점자 등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청약제도 개편안이 오는 25일(내일)부터 청약홈에 적용·시행된다. 개편안은 신혼부부와 아이를 낳은 출산 가구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수월하게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혔다. 청약 불이익을 우려해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 폐단을 바로잡고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배우자 청약통장 가점제가 신설된다. 민간분양 가점제 청약에서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의 50%를 합산하게 된다. 최대 인정 가점은 3점이며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합산점수는 기존과 동일하게 최대 17점이다. 본인이 청약통장에 5년 가입했고 배우자가 4년 가입했다면 청약할 때 본인 7점에 배우자 3점으로 총 10점을 받는 식이다.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중복 청약도 허용된다. 기존에는 부부가 동시에 청약했다가 동시에 당첨되면 두 건 모두 부적격 처리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복 당첨이 되더라도 우선 접수한 아파트 청약 당첨은 유지된다. 청약 횟수를 부부 각 1회로 변경하면서 같은 날 당첨자를 발표하는 아파트 청약도 부부가 각자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혜택 지원으로 신혼·출산 가구 청약 우대
생애 최초,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배우자가 결혼 전 주택을 소유한 적 있거나 청약 당첨 이력이 있으면 지원이 불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가능해진다. 공공분양에서는 신생아 특별공급 유형이 생긴다. 나눔형 35%, 선택형 30%, 일반형 20% 비중이 배정된다. 공공분양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임신·출산한 가구라면 특별공급 자격이 주어진다.민간분양도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중 20%를 신생아가 있는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이전까지 3자녀가 기준이던 다자녀 특별공급은 2자녀로 완화돼 지원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이 이번 개편에 대거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가점제 동점자 발생 시 장기가입자를 우대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기존에는 가점제에서 동점자가 발생하면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했지만, 앞으로는 장기가입자가 당첨된다. 미성년자 가입 인정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된다. 청약 통장 조기 가입을 유도해 현재보다 이른 시점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청약 제도가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릴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9.3%가 주택청약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청년층에서 청약 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며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859만927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말 2556만1376명으로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약 무용론 넘어설까…전국서 3만 가구 출격
2022년부터 월평균 7만7000명씩 청약을 포기하고 통장을 해지한 셈이다. 다만 2월 말 기준으로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556만3099명을 기록, 전월 대비 1723명 증가하며 감소 추세가 주춤해졌다. 지난달 소득 기준과 납부 한도를 각각 5000만원, 100만원으로 높이고 연 4.5% 이자율을 제공하는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출시된 여파다.
전문가들은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출시에 더해 청약 제도까지 개편되면서 젊은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장벽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목표"라며 "이번 개편으로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홈이 다시 가동되면서 잠시 쉬었던 분양 시장에도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는 이달 말부터 내달까지 분양을 계획 중인 곳이 30개 단지 2만9519가구인 것으로 집계했다. 일반분양 물량만 2만2492가구다.
내달까지 분양이 계획된 물량은 전년 동기 21개 단지 1만4765가구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권역별로 수도권 13개 단지 1만2798가구, 지방 광역시 11개 단지 1만932가구, 지방 도시 7개 단지 5789가구 등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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