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8시 서울 신림동의 A 홀덤펍. 1시간 진행된 홀덤 게임이 끝나 벨이 울렸다. 매장 직원들이 게임에 참가한 11명의 칩을 분주하게 계산했다. 이날 기록된 칩은 총 200만원 상당. 기록을 마친 직원은 한 플레이어에게 23만원 상당의 칩을 어떤 방식으로 교환할지 물었다. "시드권(참가권)으로 교환해드릴까요, 매장이용권으로 교환해드릴까요"
홀덤펍은 경품을 걸고 포커 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을 즐기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아 현재 전국에 약 200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홀덤펍 업주와 이용자들은 현재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간다. 대표적인 게임은 전국 홀덤펍에 만연한 '타임어택'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홀덤 게임을 해 그 결과로 쌓인 칩을 바로 '매장이용권'으로 교환해주는 형식이다. 해당 홀덤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0만원~20만원의 현금을 내고 매장이용권을 구매하고, 그에 상응하는 상위대회 참가권 격인 시드권 1~2장(액면가 10만~20만원)을 홀덤펍에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해당 게임의 결과로 주어지는 매장이용권이 현금 가치를 지닌 시드권으로 교환된다는 점이다. 현금→매장이용권→시드권→현금으로 바꿔지는 생태계가 홀덤펍이 불법 현금 도박을 벌이는 핵심 구조다.
현재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대회사인 WFP를 제외하고 현재 5개 대회사 시드권이 오픈 카카오톡 등에서 광범위하게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경찰 등 5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범정부 홀덤TF'은 그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본지 1월 15일자 A27면 참조
한 홀덤펍 이용자는 "타임어택에서는 플레이 시간이 정해져 있고 칩 교환도 매장이용권을 통해 시드권으로 즉시 이뤄져 좋다"며 "현금을 칩으로 직접 교환하는 불법 홀덤펍 방문보다 뒤탈이 없어 요즘 홀덤 플레이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 형식"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 사람이 붐비지 않는 오후 7시 이전, 새벽 1시 이후 전국 홀덤펍에서 타임어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반인 대상으로 홀덤을 체험할 수 있는 영업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홀덤업계는 이때까지 홀덤펍 내 이뤄지고 있는 '유사 카지노행위'를 줄곧 부정해왔다. 매장이용권은 매장 내에서만 통용되는 티켓이고 시드권은 상위 대회 참가권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찰도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드권 현금 교환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현재 시드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홀덤펍 내 편법 행위들을 불법으로 규정한 명확한 판례가 없는 상황이라 홀덤 관련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현금 거래가 가능하다고 파악된 홀덤 대회 시드권을 두고 하는 홀덤펍 내 모든 행위는 카지노업 유사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만간 문체부와 함께 발행할 '홀덤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시드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방침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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