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1일 16: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일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의 워크아웃 절차가 순항하고 있다. 카프로의 새 주인으로 낙점된 티엠씨 컨소시엄(태화그룹 계열사 티엠씨·NH PE·오퍼스PE)은 700억원을 투입해 카프로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개편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5 대 1 무상감자가 통과되고, 신주 발행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5월부터 주식 거래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자 후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엠씨 컨소시엄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카프로에 약 7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카프로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시설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은 지난 15일 카프로 채권단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카프로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티엠씨 컨소시엄은 이르면 22일, 늦어도 다음주 초 신주인수계약을 맺기로 했다. 다만 유상증자의 선결 조건은 무상감자다. 오는 29일 열리는 카프로 주총엔 5 대 1 무상감자를 진행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다. 주주 입장에서 무상감자는 뼈 아픈 일이지만 사실상 다른 선택지는 없는 상황이다. 주주보다 선순위인 채권단이 컨소시엄이 제안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에 동의했다는 건 워크아웃을 포기하고 회사를 청산한 뒤 '빚잔치'를 열어도 채권단에 돌아갈 몫도 부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주주의 25% 이상이 참석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무상감자를 진행하는 안건은 통과된다. 감자 후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자금 투입은 이르면 다음 달 말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후엔 티엠씨 컨소시엄이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 일부도 출자전환을 통해 주주가 된다. 감자 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면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카프로의 거래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카프로, 대대적인 사업 개편 예고
카프로는 1969년 정부에서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의 생산 및 공급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국내에서 카프로락탐 공급을 독점하면서 전성기인 2011년엔 매출 1조1727억원, 영업이익 2109억원을 거두기도 했다.상황이 반전된 건 2012년께부터 중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가 시작되면서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카프로락탐 설비를 증설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카프로락탐 가격이 국내 대비 10% 이상 싸지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다.
카프로는 2012년 240억 적자를 낸 뒤 2017년과 2018년, 2021년을 제외하곤 매년 400억~1000억대 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1222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내자 카프로는 지난해 4월 본업인 카프로락탐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티엠씨 컨소시엄은 인수 이후 카프로락탐 사업을 완전히 접고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700억원의 투자금 중 450억원 가량은 신사업을 위한 시설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수소와 황산 정제 기술이 새로운 먹거리다. 황산은 전구체의 핵심 원료로 2차전지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 친환경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아논도 카프로의 주력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오퍼스PE와 NH PE는 구조조정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오퍼스PE와 NH PE는 이미 태화그룹과 함께 성공적인 구조조정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다. 오퍼스PE와 NH PE는 함께 운용 중인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활용해 태화그룹과 손잡고 2021년 8월 법정관리 상태였던 신한중공업을 인수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신한중공업은 투자금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대중공업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등 기초체력을 닦았다. 이후 조선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자 사업은 금방 정상궤도로 접어들었다. 오퍼스 PE와 NH PE는 회사를 정상화한 뒤 조선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태화그룹에 보유 지분을 팔고 1년 6개월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47%에 달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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