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재정 숨통 틔울 패러다임 전환 절실하다

입력 2024-03-21 17:31   수정 2024-03-22 00:43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2022년 기준 0.78명이라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한 말이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우리는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라는 기로에 놓여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문제는 생산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산업 위축뿐만이 아니다. 국가 재정의 세수 기반도 악화시켜 국가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작년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367조4000억원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33조1000억원(8.3%)이 감소 편성됐다. 지난해 정부 전망보다 56조원 이상 덜 걷히는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난 셈이다.

지방세 여건도 어렵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 지방 세수는 1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줄었다. 국세 감소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지자체 이전수입의 축소로도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지방의 재정 여건이 중앙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이 아니라 ‘지방’으로부터,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의 정책 추진을 고려할 때다. 지난 팬데믹 위기 속에서 지방은 지역 현실에 맞는 새로운 대응책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지방소멸과 지방재정 위기는 지방이 주도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첫째, 지자체의 지방재정 운용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방은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로 인해 지방세 신설 등에 제약받고 있다.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지자체가 조례 등으로 직접 과세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앙정부의 세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등 지방 실정을 반영한 지방세 기반의 재원 확충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 자치단체에 대해선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이 논의돼야 한다. 지방세 성격이 강한 세원인 주세, 농어촌특별세, 국가보조금 등을 지방세로 이양해 지방정부의 자주 재원 기반을 안정화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도 ‘양입제출(量入制出)’ 원칙에 맞는 세출 구조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부문 경직성 경비를 억제하고 의무 지출을 효율화하는 등 재정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내년이면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도래한다. ‘지방’이 중심이 돼 ‘지방’의 정책을 마련하고, ‘지방’ 발전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룩할 새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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