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수서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승강장. KTX처럼 앞머리가 살짝 돌출된 푸른빛의 전동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열차에 탑승해 노래 두 곡을 채 듣기도 전에 성남역에 도착했다. 소요 시간은 단 7분. 최종 목적지인 화성 동탄역까지 걸린 시간도 20분에 불과했다.
오는 30일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GTX 시대가 열린다. 경기 남부지역 주민의 출퇴근 시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기본요금은 성인 기준 3200원(수서~동탄 편도 4450원)으로 확정됐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서역과 성남역, 동탄역을 지나는 GTX-A가 이달 30일부터 탑승객을 맞는다. 성남역과 동탄역 사이에 있는 구성역(용인)은 오는 6월부터 정차한다. GTX는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정차 시간 등을 고려한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101㎞로, 일반 지하철보다 2~3배 빠르다. 광역버스로 75분 걸리던 동탄에서 수서까지 출퇴근 시간이 20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GTX는 지하 40~50m 깊은 공간에서 달린다. 하지만 지상 출입구에서 탑승장까지 이동시간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예컨대 성남역 2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GTX 승강장까지 직접 걸어가 보니 약 7분이 걸렸다. 지하 6층에 있는 동탄역 GTX 승강장까지 가는 데도 비슷했다. 수서역(3호선·수인분당선·SRT)과 성남역(경강선) 등은 모두 환승역이다. 국가철도공단은 GTX에서 내려 다른 지하철 승강장까지 3분(보행속도 60m/분당 기준) 이내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GTX는 오전 5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운행한다. 평균 배차 간격은 약 20분이다. 출근 시간대(오전 6시30분~9시) 평균 배차간격은 17분(14~21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가 SRT와 노선을 공유해 선로 용량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오는 12월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하면 열차 추가 투입 등을 통해 평균 배차 간격을 10분가량으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TX는 SRT와 달리 버스와 전철로 갈아탈 때 기본요금을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되는 환승 할인이 적용된다. 동탄에서 수서로 이동한 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탄다고 가정하면 GTX가 SRT 정기권보다 700~800원 저렴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반면 수서역이 최종 목적지라면 SRT 정기권을 이용하는 게 300원가량 저렴하다.
오는 5월 ‘K-패스’가 출시되면 GTX의 실질 요금이 3000원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의 20~53%를 적립(최대 60회)해 다음달 돌려주는 교통카드다. K-패스 환급 할인을 적용하면 수서~동탄 기준 일반인은 3560원, 청년(만 19~34세)은 3110원, 저소득층은 2070원에 GTX-A를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6~12세)와 장애인(50% 할인), 65세 이상(30%), 청소년(13~18세·10%) 등 취약계층은 추가 할인해준다. 주말엔 기본요금 10%가 할인된다.
이성해 철도공단 이사장은 “GTX는 일상생활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며 “승객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혼잡도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철도공단의 설명이다. GTX 1편성의 정원은 1062명이고, 혼잡률 130%를 적용하면 1286명이 탈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GTX-A노선 동탄~수서 구간의 이용 수요는 출근 시간(오전 7~9시) 기준 4700여 명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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