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기업들이 앞다퉈 매운 라면을 내놓고 있다. 서로 경쟁하다시피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지수(SHU·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를 경신하는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운맛 챌린지' 열풍 원조 격인 삼양 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하림은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간담회를 열어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한 눈에도 매워보이는 신제품은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등 전세계에서 매운맛으로 유명한 고추 네 종류가 재료로 들어갔다. 사골과 소고기를 우려낸 액상스프에 페페론치노 통고추 건더기가 그대로 들어갔다. 스코빌지수는 8000SHU로 불닭볶음면(4404SHU)의 2배 수준이다.
라면을 맛보니 한 입에도 진땀이 날 정도로 매웠다. 김홍국 하림 회장도 처음 맛 보고는 "너무 맵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몇 입 먹자 사골 육수 국물이 캡사이신의 톡 쏘는 맛을 중화시켜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은 줄고 좀 더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하림 관계자는 “인공적인 맛을 줄이고 천연 재료의 맛있는 매운 맛을 구현하는 데 많은 곳을 들였다”고 말했다.
라면 제조사들이 앞다퉈 매운 라면을 선보이는 건 시장성이 있다고 봐서다. 최근 몇 년 사이 틱톡·유튜브 등에서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매운맛 챌린지’ 영상은 조회 수 500만건을 거뜬히 넘겼다. 시장조사 기관 팩츠앤드팩터는 세계 매운 소스 시장 규모가 2020년 27억5000만달러(3조7342억원)에서 2026년 46억달러로 67.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농심은 기존 신라면보다 두 배가량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정식 출시했는데 지난해 8월 한정판으로 선을 보인 뒤 인기를 끌자 아예 정식 제품으로 내놨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다. 기존 신라면은 3400SHU였다. 원래 2019년부터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신라면 레드 슈퍼스파이시’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뜨겁자 국내에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였다.
원조 격인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불닭볶음면의 누적 판매량은 53억개에 이른다.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넘었다.
스코빌지수 1만2000SHU로 국내에서 가장 매운 컵라면이라는 타이틀로 2021년 출시된 팔도의 ‘킹뚜껑’은 출시 2년간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를 웃돈다. 팔도 '틈새라면'(9416SHU)이나 '열라면', 오뚜기 '마열라면'(5000SHU) 등의 매운맛 라면도 인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영향으로 젊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강한 매운 음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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