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부모로부터 수만달러를 빌릴 수 있는 청년이 그 자리에 별로 없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억만장자가 사는 법>의 저자 척 콜린스는 이 같은 사람들을 ‘3루에서 태어난 자들’이라고 부른다. 책의 원제(Born on Third Base)이기도 하다. 책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저자 자신이 ‘3루 출신’이라는 점이다.
시카고 출신 정육업자 대부호 집안에서 태어나 돈 걱정 없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란 저자는 26세에 문득 본인에겐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했던 특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상속받은 유산을 기부한 뒤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고 사회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책이 타깃으로 삼는 독자는 부자다. 부자 상위 1~5% 안에 드는 자산가다. 저자는 부자들에게 자선이나 이타주의를 애원하는 대신, 그들의 이기심을 위해서라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투자를 약속하고, 지분을 내놓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할 것을 요청한다. 현실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에 돈을 내놓을 필요도 없고, 책의 타깃 독자도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책장이 지루하지 않게 넘어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