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완료했거나 이전을 진행 중인 기업은 포스코DX, 엘앤에프, HLB, 파라다이스, 에코프로비엠 등 5곳이다. 지난해 SK오션플랜트, NICE평가정보, 비에이치 등 3개 업체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마친 데 이어 올해도 코스닥 대어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완료한 코스닥 기업이 가장 많았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18개 기업이 이전 상장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데 이 중 절반가량인 8개가 지난해와 올해 몰렸다. 올해는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이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더 많은 업체가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역대 최대로 이전상장이 많았던 해는 코스닥지수가 40% 넘게 폭락했던 2002년(8곳)이었다.
코스닥시장의 모델인 미국 나스닥시장에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포진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미국 증시 시총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빅테크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엑소더스를 일으키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성장기업의 자금줄이 돼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인투자자 중심의 테마주 시장 성격이 강해져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부정거래나 ‘뻥튀기 상장’ 등의 의혹도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상장을 택한 업체들도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일 파라다이스는 이전상장을 공식화하며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저변이 확대되는 등 주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닥 주요 업체가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전상장을 계획 중인 에코프로비엠과 HLB의 시총 합산액은 이날 기준 41조7158억원이다. 현재 코스닥 시총의 약 9.7%에 해당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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