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소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 전 상무 측인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양측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1시간 넘게 지체됐다.
이날 주총에선 표 대결이 예고됐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기준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지분 9.1%) 주주 권한을 위임 받아 대리했다. 박 전 상무는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00% 소각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이에 회사 측은 전량 소각은 어려우며, 자기주식 50%(약 262만주)를 3년간 순차적으로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중 3분의 1격인 87만5000주는 최근 소각했다.
표 대결 결과 차파트너스 측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회사가 제시한 자사주 처분·소각 관련 안건이 74.6% 찬성으로 승인되면서 차파트너스 안건은 자동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두고서도 사측이 상정한 안건이 76.1%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김경호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표 대결 사안이었던 만큼 주총 중간에는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이 김경호 사외이사 추천 배경을 부연하는 과정에서 사측에 최도성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검증 관련 질문을 하자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지금 뭐하시는 거냐. 주총 와서 진행 방해하냐"며 "설명을 부탁했더니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도 "질문하면서 설명하려는 것"이라며 "지금 답변 어렵다면 나중에라도 주주들에게 이 부분 설명해 줬으면 한다"고 맞받았다.
사실상 이날의 주총 결과는 예측된 상태였다. 국민연금이 주총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면서다. 국민연금은 전일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이사회가 제시한 최도성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한다고 보고 찬성표를 던졌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차파트너스 측 자사주 소각 관련 안건에는 반대표를 냈다. 최근 국민연금의 표심에 공개 호소를 했던 차파트너스 주장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달 4일 있은 기자간담회에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지난 한 해 국민연금이 노보 노디스크 등 해외 투자기업의 정기주총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해외에선 전부 찬성했던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에 찬성 안 하면 모순"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변경 건의 경우 정관을 먼저 변경하고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 기업들 사례는 앞서도 많았지만 압도적 대주주 지분율에 막혀 대부분 부결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일어나지 않았다.
소액주주와 외국인투자자의 선택이 남아있었지만 2대주주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시장은 이번 주총에서의 승부는 이미 결판난 것으로 봤었다. 금호석유화학 일가 지분구조를 보면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7.14%다.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7.65%)과 장녀 박주형 부사장(1.04%) 등의 지분을 더한다고 해도 승기를 쥐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지분 9.27%의 국민연금이 양측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였던 셈이다. 이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회사 편에 선 바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소액주주 수는 9만6784명으로 이들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50.31%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10만7800원까지 밀렸던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약 한 달 뒤인 2월 19일 한때 16만390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현재는 14만원을 밑돈 가격에 거래 중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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