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청구서’ 받아든 기업...카카오·현대백 등 수천억원대 영업권 손상

입력 2024-03-26 07:45  

이 기사는 03월 26일 07: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영업권 손상’ 부메랑을 맞고 있다. 영업권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붙은 웃돈으로 인수 대금에서 인수 대상의 순자산 공정가치를 뺀 금액이다. 매년 인수기업의 미래 현금 창출력을 계산해 영업권 손상 여부를 결정한다. M&A로 몸집을 키운 기업의 영업권이 대거 손상되면서 순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카오·현대백 등 대규모 영업권 손상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조4833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처리했다고 공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M&A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카카오에서 인수한 멜론(1조8700억원), 라이온하트(1조2041억원), SM엔터테인먼트(1조3950억원),타파스(5700억원) 등의 현금창출력이 줄어들면서다.

카카오와 함께 SM엔터 지분을 인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영업권 2547억원을 손상처리했다. 카카오게임즈(라이온하트)에서는 1377억원이 손상처리됐다. 타파스와 멜론 등 영상 제작 스튜디오를 포함해 영업권 약 8892억원을 손상처리했다.

영업권은 향후 현금 흐름에 대한 예측에 따라 손상 여부가 결정된다. 당초 카카오 경영진이 추정한 영업이익률이 작년보다 낮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예를 들어 음악서비스(멜론)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0.3%~11.9%이었으나 작년 5.9%~6.6%로 5%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멜론을 통한 회수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서 영업권 손상처리에 나선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메트리스 기업인 지누스 인수 관련해 지난해 영업권 2583억원을 손상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지누스의 영업권 358억원을 상각한 데 이어 올해 손상처리 금액을 합쳐 총 2941억원의 영업권을 상각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 메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8947억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됐다. M&A 당시 잡은 영업권 대부분을 손상처리한 셈이다. 지누스의 주가는 현대백화점 인수 전 8만800원에서 약 83% 하락한 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 짓누르는 상각
영업권 손상은 순이익에 손실로 기록되는 만큼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영업권 상각이 실적을 짓누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순손실 408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보고서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M&A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SK와 넷마블은 올해 영업권 손상차손이 늘어났다. SK는 지난해 영업권으로 손상처리한 금액 448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854억원을 손상처리한 것과 비교해 늘어났다. 넷마블도 지난 2022년 805억원에서 지난해 906억원으로 늘었다.

SK는 자회사인 SK E&S와 SK 스퀘어의 영업권을 상각한 영향이 컸다. 넷마블은 지난 2017년에 인수한 모바일 게임사 카밤의 영업권을 손상처리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순손실은 SK와 넷마블 각각 1조2973억원, 30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영업권 2990억원 손상차손을 기록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권을 손상 처리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계열사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지난 2022년 297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보고한 바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인수하면 생긴 영업권 가운데 503억을 손상처리했다. 이마트는 G마켓 등 대규모 M&A로 영업권 5조900억원이 잡혀있어 향후 손상처리할 경우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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