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10곳 이상의 외국 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한다. 외환 당국은 올 하반기 외환시장 개방 전까지 월 2회 이상 시범 거래를 실시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까지 해외 금융기관 15곳이 국내 외환 당국에 RFI 등록을 마쳤다. RFI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춰 외환 당국에 등록을 마친 외국 금융기관이다. 외환 당국은 이달 말까지 RFI 등록 신청한 기관은 시범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간 국내 외환시장은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원화는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역외 금융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었고, 국내 시장엔 국내 금융기관만 참여할 수 있었다. 거래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가능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적·경쟁적인 구조로 전환하기로 하고 정부는 지난해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지난해 2월 발표했다. 오는 7월부터 정식 시행되는 구조개선 방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RFI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처음으로 허용된다. 외환시장 개장 시간도 영국 런던시장에 맞춰 다음 날 오전 2시로 연장된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외환시장 접근성이 좋아져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 규모와 시장참여자들이 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한국 시간 기준 당일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이뤄진 거래도 당일 거래로 인식하도록 관련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차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정부는 서울 외환 시장 운영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외환시장 참가자들로 구성된 ‘시범운영 TF’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시범운영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외국환은행과 증권사, RFI 등 15개 기관이 현물환과 외환 스와프 시범 거래를 진행해 차질 없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는 환율과 거래상대방 등을 사전에 정해놓고 원화와 달러를 거래하는 ‘시나리오 거래’와 실시간 환율에 따라 자유롭게 호가를 접수하고 체결하는 ‘자율거래’ 등 시범 거래가 실시됐다.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연장 시간대 시범 거래에선 총 12억700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기재부는 자율거래에서 같은 시간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보다 경쟁력 있는 매수·매도 호가가 형성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NDF 계약 환율과 만기 시점의 현물환율(지정환율) 차액만큼만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결제하는 선물환이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NDF를 환 헤지와 환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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