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 11명이 하루 만에 모두 체포됐다고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 현지매체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한 핵심 용의자 4명을 비롯해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을 훌쩍 넘겼고, 사상자는 200여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보고 있다. FSB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조사위는 또 테러로 숨진 이들이 현재까지 총 133명이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매체는 143명 이상이 숨졌다고 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물 해체와 인명 수색에는 시간이 며칠 더 소요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일요일인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와 관련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며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러시아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HUR은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고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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