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K2 '흑표' 전차의 수출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이 탱크 뿐 아니라 8×8(좌우 바퀴 4개) 차륜형 장갑차와 다목적 무인차량(UGV) 도입도 폴란드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폴란드에 제안한 차륜형 장갑차는 지난해 국내 최대의 방산 전시회(ADEX 2023)에서 처음 선보인 대형 수출용 차륜형 장갑차와 거의 같은 스펙으로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아직 폴란드가 한국이 개발한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자국(폴란드) 방산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현지 생산 및 해외 수출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현대로템은 지난해 ADEX에서 중량급 차륜형 장갑차 'N-WAV'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N-WAV는 전투중량 35t 이하, 길이 9.3m, 폭 3.1m, 높이 (포탑 제외) 2.8m로 상당히 크고 무겁다. 차량이 커진 만큼 엔진 역시 700마력 디젤 엔진을 채용했고, 기존 우리 군의 차륜형 장갑차인 K808에 적용된 전술 런플랫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 등을 적용했다. 'V자형' 차체 바닥으로 설계해 급조폭발물 등에 대비한 지뢰방호능력(레벨4)도 높다는 평가다.
또 이 대표는 "현대로템이 NKTO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4년 내에 폴란드 육군에 1차 분의 장갑차를 인도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로템은 작년 말 이미 이같은 신형 차륜형 장갑차 관련 제안을 폴란드 정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NKTO 사업은 폴란드 군비청이 현지 국영 방산그룹 PGZ를 통해 차륜형 장갑차 약 1000여 대를 2035년까지 인도받기로 한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PGZ는 한국산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를 기반으로 한 공동개발·연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로템 관계자는 "장갑차 프로젝트를 폴란드에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PGZ과의 장갑차 공동 개발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산업계에선 폴란드 현지에서 "한국의 방산업체에 신형 장갑차 개발까지 줘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ade in Poland'를 원하는 자국 방산업체들의 압력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폴란드 구형 장갑차 생산업체이자, PGZ의 자회사인 '로소막'은 후속 차륜형 장갑차 모델의 개발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일종의 '절충안'이 필요한 상태란 평가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당근책'도 이미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폴란드발 NKTO에는 많은 폴란드 업체의 부품을 쓸 것을 제안한다"며 "원활한 개발을 위해 폴란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와 장갑차의 공동 개발이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 등 폴란드 주변 국가로 해외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미 HR-셰르파 개발를 토대로 2020년 방사청에서 발주했던 '다목적 무인 차량' 신속시범 획득 사업에 선정됐고, 아후 야전에서 UGV의 시범 운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어느정도 성능 검증이 끝났다는 얘기다.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군에 도입하기 위한 제도다.
이같은 소형 무인차는 유사시 폴란드에 수출된 K2 전차나 차륜형 장갑차와 함께 연합 편대를 구성해 작전을 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현대로템 측은 "유사시 UGV가 감시 및 정찰, 적 특수 부대 제거 임무에 먼저 투입돼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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