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리니지M 특징 베껴" 인정받은 김앤장

입력 2024-03-24 18:10   수정 2024-03-25 00:35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엠(M)’ 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알투엠(R2M)’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법원은 게임화 표현 양식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봤지만, 웹젠의 R2M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게임 관련 소송에선 저작권뿐만 아니라 그동안 엄격하게 인정되던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성과를 인정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부장판사 김세용)는 지난해 8월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웹젠이 R2M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복제, 배포, 전송해선 안 된다”며 “엔씨소프트에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2021년 6월 웹젠의 R2M이 자사의 리니지M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 측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박종욱·손천우·김원·이수용·안영재 변호사로 진용을 갖췄다. 김앤장 측은 리니지M의 게임 운영 특징을 △장비 강화 △변신시스템 △캐릭터 등 여섯 가지로 세분화해 이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임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웹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은 게임 규칙의 유사성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광장에선 김운호·이은우·송기윤·민태홍 변호사가 나섰다. 광장 측은 “리니지M이나 R2M 모두 1987년 나온 초창기 컴퓨터 역할수행게임(RPG)의 규칙을 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김앤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엔씨소프트가 큰 개발 비용을 들여 리니지만의 특징적인 요소를 만들어 낸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고, 이를 그대로 차용한 웹젠의 경우를 부정경쟁행위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게임 규칙이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저작권 침해에 대해선 엔씨소프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존재하던 게임 규칙을 변형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설령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법정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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