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3차 기본계획 기간 중인 2018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이라는 목표치가 있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바로 이전 출산율 수치 제시를 포기하고 목표를 ‘삶의 질’로 변경했다. 직전 정부의 ‘삶의 질’이란 추상적 목표 관리가 현 정부 들어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출산율 목표 수치는 빠져 있다.
달성해야 할 목표 수치가 명확한 정책 추진은 추상적 의미로 표현된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수치가 없는 경우 정책성과 평가가 곤란하고 정책 추진처에는 성과 달성의 책임 부담이 없다. 출산율 제고가 어렵다고 해서 출산율이 1.0명 미만인 위험 상황에서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게 과연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추진 방향인지 곱씹어볼 일이다.
둘째,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지방정부 예산을 뺀 중앙정부만의 저출산 관련 예산 누계는 약 283조6000억원이다. 5년간 기본계획 집행예산 규모를 보면 1차에 8조9000억원에서 2차 27조9000억원으로 늘어났고, 3차는 118조7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그리고 4차 기본계획이 시작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집행예산은 12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역설적으로 출산율은 집행예산 규모와 반대로 가고 있다. 이 사실은 정부 대책에 효과가 없음을 의미한다.
셋째, 그동안 출산율 제고 대책에 대한 정책평가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2021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저출산 대응 사업분석 및 평가’라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그런데 그 내용은 저출산 예산에 대해 해당 기간 사업별 비중과 연도별 차이를 제시하는 수준이다. 사업평가의 핵심인 사업별 정책 목적성은 물론이고 성과지표 설정과 달성 수준에 관한 평가 등이 제시되지 못했다.
사업별 성과지표 설정과 평가 생략은 정부 예산 평가의 기본원칙과 배치된다. 정부 예산은 화수분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다. 이에 필자는 정부가 출산율 목표치를 설정하길 바란다. 다음으로 저출산 예산 사업 중 정책 목적성이 비슷한 세부 사업별로 묶어 사업별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성과 달성 평가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출산율 목표치 달성 여부와 함께 피드백이 이뤄지는 환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측정·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건 정부가 출산율 목표를 관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관리하지 않는데 출산율 개선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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