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서 교수의 연구실에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여럿 다녀갔다. 인류 노화의 비밀을 여성 장기에서 찾겠다는 한국인 과학자의 임상시험에 흥미를 느껴서다. 그간의 항노화 동물실험, 예컨대 늙은 쥐에게 젊은 피(혈장)를 수혈하고, 늙은 쥐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해 젊게 만드는 연구에서 대부분 수컷 쥐를 사용했다. 따라서 암컷 쥐에서는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더 나아가 여성 장기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측하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서 교수는 과학 연구의 고질적인 ‘불균형’이 맞춰져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항노화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실험과 독성시험에서 성(性) 균형을 맞추라’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침은 2014년이 돼서야 나왔다. 폐경이라는 현상이 오직 인간과 고래 4~5종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현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서 교수는 “쥐는 폐경이 없기 때문에 암컷의 호르몬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연구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의 장기, 예컨대 난소의 기능은 최근에야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난소의 기능이 오직 ‘번식’에만 있다고 여긴 과거에는 자궁적출 수술을 할 때 자궁과 더불어 난소까지 모두 적출했다. 최근에는 난소가 단순 생식기관 외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면서 난소를 적출하지 않는 식으로 수술법이 바뀌었다.
서 교수는 남자 쥐에 난소를 넣는 실험, 뇌 인지기능과 난소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추가로 연구 중이다. 그는 “난소가 단순히 번식뿐만 아니라 그 외 기능이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며 “중성화 수술을 거친 동물에 난소를 넣어 수명, 활력, 면역체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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