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해 1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에 난입한 무장 괴한들이 자동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현장에는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공연을 보기 위해 7000명의 인파가 몰렸던 바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이(58)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테러범들이 혼비백산한 관객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면서 그들이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공연장 로비를 걸어다니며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안드레이는 테러범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했다"고 표현했다. 침착하게 탄약을 교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2층 기둥 뒤에 숨어 있다가 다행히 주차장으로 몸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리나(27)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밖에서 '탕 탕' 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콘서트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들이 소총을 들고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다"면서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이 주변에 많았다고 전했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테러범들이 이미 쓰러진 시신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누워있던 한 여자 아이는 죽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33명이다. 일부 현지 매체는 143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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