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다음주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본점과 지점 창구에서 심각한 불판 사례가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 제재 및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홍콩ELS 불완전판매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홍콩 ELS 제재 절차에 신속히 돌입해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며 "빠르면 4월부터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홍콩 ELS 판매사 11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서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예컨대, 원금보장 등 안전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게 고난도(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을 유도하거나,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를 대리작성한 경우다.
본점 차원의 문제도 확인됐다. 본점에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개인 성과지표(KPI)를 ELS 판매시 유리하도록 설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점 판매를 유인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된 만큼 자본시장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을 근거로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판 사례의 경우 기관제재, 임직원 제재,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하다.
2021년부터 판매된 홍콩 ELS는 모두 19조3000억원 규모인데, 그중 금소법 시행 전 두 달간 판매액을 제외하면 약 17조1000억원이 과징금 대상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50%인 8조55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 가능하다. 설명의무 위반 사례 등이 10%만 넘어도 '조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금소법 시행령에는 과징금 감경 기준이 있다. 예방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내부통제기준·금융소비자보호 기준 운영상황 등을 고려했는지를 통해 과징금 금액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최고경영자(CEO)급 임원 제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법에서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제재가 불가능하다. 법조계에서 그동안 내부통제에 대한 징계를 기관이 아닌 임직원으로 변경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실제 금융당국이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하나은행과 함영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자 판매사에서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최근 열린 2심에서 함 회장 측이 일부 승소해 금융당국이 상고한 상태다.
한편 은행권은 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방안을 이번주 내로 확정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2일 우리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자율배상을 확정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27일과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방안을 논의한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도 이번주 후반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6일 주주총회를 마친 뒤 27일쯤 이사회를 통해 배상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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