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5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와 KB증권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업장을 놓고 갈등을 계속 빚고 있다.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가운데 유일하게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곳이다. 잃을 게 적은 선순위 채권자와 추가 출자 부담을 안아야 하는 후순위 채권자간 전형적인 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추가 출자금 지위 놓고 협의 ‘진퇴양난’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와 KB증권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업장에 투입해야 하는 금액 260억원의 지위를 놓고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자금을 대는 KB증권은 선순위 지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과기공은 중순위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며 거부하는 모습이다.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3·4·5번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 도시형 생활주택 72세대와 오피스텔 25세대를 짓는 개발 사업이다. 시행사는 반포센트럴피에프브이(PFV)이며 시공사는 태영건설이 맡고 있다. 반포센트럴PFV 지분은 대우건설(보통주 19.6%, 우선주 33.3%), 이스턴투자개발(보통주 29.4%), KB증권(우선주 9.4%), 한국투자부동산신탁(우선주 5.9%), 에큐온캐피탈(우선주 2.4%)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공매 무방’ 과기공 vs ‘다 잃는 판’ KB증권
공매로 넘겨도 대출금 대부분을 건질 수 있는 과기공이 동순위가 늘어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과기공은 전체 2380억원 중 1520억원을 선순위로 집행했다. KB증권은 중순위와 후순위로 250억원을 댔다. 과기공은 선순위 지위를 갖고 있어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작은 편이다. 합의해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과기공은 중순위로도 350억원을 대출해줬으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30%가량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의 펀드라 손실 가능성이 작다.반면 우선주와 중·후순위에 들어간 KB증권은 공매로 넘기면 전액 손실 가능성이 크다. 중순위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추가 출자 자금은 선순위로 넣어 안전판을 마련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갈등 원인은 ‘사업성’…“물러설 곳 없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은 프로젝트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대출 상환이 가능한 사업장이냐는 의문이 있다 보니 변제 순위에 대한 다툼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사업장은 공정률이 30% 수준으로 높지 않고 분양을 진행하지 않아 대출 상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자금이 더 투입돼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사업성이 확실하고 엑시트 위험이 적은 곳은 어렵지 않게 추가 대출이 성사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선매입 약정을 걸어 엑시트가 확실한 CP4 사업장은 금리로 이견이 있으나 대다수 대주들이 추가 출자 3700억원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남 김해 대동 첨단산업단지 사업장도 공정률 99%로 추가 출자 260억원이 수월하게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더 자금이 들어갈 수도 있는 데다 대출 상환이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협의가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라며 “KB증권은 자칫 대출금을 다 잃을 수 있고 과기공은 신의성실한 투자를 해야 할 의무가 있어 두 곳 모두 물러설 곳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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