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집단행동 관련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의사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면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전공의는 "국민 보여주기 위한 쇼 하지말라"며 반발했다.
2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예정됐던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무더기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빨리 받은 전공의들의 경우 이날까지 의견제출 기한이었고 정부는 26일부터 면허정지 조치를 할 수 있었지만 당장 처분하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은 후 한덕수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날도 한 총리와 주례회동 자리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동 관련' 입장문을 올리고 "의대교수협의회는 전공의의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류옥하다 씨는 한 위원장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의 회동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직에 나선 것은 전공의지 의대교수협이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
그는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이 넘는 높은 업무 강도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다. 사람을 살린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면서 "정부는 근거 없는 2000명 증원 정책과 설익은 필수의료패키지를 내놓았고, 전공의들은 절망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에 따라 병원을 그만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전체 의사의 7% 정도로, 그마저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이자 ‘수련의’다"라며 "여전히 92%에 달하는 의사들은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교수협'은 물론 일부 선배 의사님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이해 당사자이기도 하다"라며 "수련 주 52시간제, 폭력과 폭언에 따른 수련병원 해제, 교육 중심 수련환경 구성 등에 대해 전공의와 각을 세우는 분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류옥하다 씨는 "정부가 '의대교수협'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면서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의대교수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 정지 처분'의 유예는 어떤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한다"며 "윤 대통령은 ‘정당하지 못한’ ‘어차피 하지 못할 처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정말 법적으로 옳고 당당하다면 즉시 면허 정지 처분을 내게 내려라"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전국 의대별 정원 배분을 발표하며 '2000명 증원'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다. 전공의들의 반발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경 일본도의 대응에서 한발 물러나 대화를 하겠다는 말로 국민들에게 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고 있다.
한편 젊은간호사회는 지난 22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선생님 우리 잊은 거 아니죠", "교수님한테 노티하기 힘들어요"라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했다.
젊은간호사회는 "지금도 병원에는 환자들 곁에서 잠을 줄여가며 동료들의 몫까지 힘겹게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언론에서 얘기하는 돈이나 특권 의식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과 자부심에 일하던 내 동료들이 떠올랐다"며 잠을 못 자 선 채로 말하다 졸던 외과 선생님, 씻지도 못하고 엉겨 붙은 머리로 36시간째 근무 중인 신경외과 선생님 들을 예로 들었다.
이어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환자 곁을 떠나면 안 됐다"면서 "돌아오려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상처받았고 그들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매번 부적절한 표현으로 전공의들을 모두와 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일하던 동료 선생님들이 온 국민에게 손가락질당하며 돌아올 다리도 끊어진 느낌이다"라며 "확실한 건 병원에는 지금도 의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명감과 자부심에 일하던 나의 동료 의사 전공의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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